인터뷰에서 그는 스스로를 "휴지조각처럼 조직에서 불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일약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그가 왜 그토록 냉소적이고 패배주의적인 말들을 쏟아냈는지 사람들은 의아해 합니다. "내가 일을 하면 할수록 병원 적자가 커진다"는 말은 그의 상처받은 자존감을 대변합니다.
모든 문제는 '돈'으로 귀결됩니다. 응급센터는 '적자 사업체'입니다. 특히 교통사고 등 중증 외상환자는 인력과 시간은 많이 투여되는데 수가(진료비)는 낮아서 병원으로서는 '반가운 손님'이 아닙니다. 교통사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문전박대하는 대형병원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적자 사업체를 맡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국종 교수입니다. 비교적 편하게 일하면서 2000만원 이상 월급 받을 수 있는데 '생 고생'하며 500만원 받는 것도 모자라 조직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응급센터뿐 아니라 재활병원이나 소아병원 등도 대표적인 적자 사업체입니다. 특히 재활 분야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인구의 고령화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환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어느 병원도 재활 병상을 늘리려 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국내 대학병원 중 재활병원을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뿐입니다. 나머지 병원은 '마지못해' 재활병동만 제한적으로 운영합니다. 그 때문에 수 많은 뇌졸중·심근경색·외상 환자가 재활병실에 입원하기 위해 '전쟁'을 벌입니다. 운 좋게 입원에 성공해도 치료가 끝나기 전에 퇴원을 강요 받습니다.
해법은 간단합니다. 수가를 올려주면 됩니다. 그런데 '복지 논리'가 걸림돌입니다. 요즘 암 환자의 본인 부담금은 전체 진료비의 5% 수준입니다. 병원이 100만원어치 진료를 하면 환자에게서 5만원 받고 정부에서 95만원 받습니다. 이렇게 '쉬운 사업'이 어디 있습니까? 병원들은 경쟁적으로 암센터를 신설·증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돈 많이 번 병원들이라도 응급센터나 재활병원처럼 적자 진료과에 투자하면 좋으련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는 만성질환 등 대다수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질환의 보장성을 계속 높여나갈 것 같습니다. '인기'가 수반되기 때문이죠. 이처럼 정책의 결정과 우선순위가 합리성보다 인기에 좌우되는 한 이국종 교수 같은 분은 영원히 휴지조각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암 진료비의 95%를 정부가 지원해 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러나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치료해 줄 병원이 없다거나 뇌졸중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평생 반신불수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보험료를 더 내기 싫다면 감기나 암 진료 등에 집중된 보험료를 조금 떼내어 재활치료 등의 분야와 나누어 쓰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