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블랙 스완'과 강박증
강박증, 식이장애, 자해행동, 완벽주의, 환각과 망상 등이 주인공 니나를 통해 백화점처럼 펼쳐진다. 결손 가정에서 자라나 예술가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젊은이의 강박 관념과,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인생을 딸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엄마의 강박 관념이 충돌하면서 비극의 싹이 피어난다. 니나가 발레 슈즈를 아주 꼼꼼히 준비하고, 매번 손을 씻으며, 분장을 몇 번이고 확인하는 장면은 강박증상을 보여준다. 니나는 몸을 긁고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다. 손톱을 물어뜯고 그걸 막기 위해 손톱을 바짝 깎는 것은 현실에서도 흔히 보는 증상이다.
니나는 체중에 신경을 쓰다가 식욕을 잃고 거식증에 빠졌다. 아침 식사로 나온 자몽 반쪽도 거의 손대지 못한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하는데, 거식증의 전형적 증상이다. 거식증은 성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어린 소녀로 남으려는 상태이다. 발레리나는 직업적 성취를 위해 성인 여성의 상징인 풍만함을 멀리해야 한다. 평탄한 가슴과 어린 소녀처럼 마른 몸매는 백조를 연기하기에 완벽하다. 그러나 성적 불감증이고 인형을 좋아하는 '빈약한 소녀'가 관능과 욕망의 상징인 흑조를 연기해낼 수는 없다. 이 모순이 비극의 출발점이다.
니나가 겪는 압박감의 뿌리는 엄마이다. 많은 우리네 부모가 그렇듯이 딸의 재능을 깊이 믿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로 보고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막는다. 초콜릿 케익을 쓰레기통에 엎으려 하고, 등을 긁지 못하게 손을 묶어놓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는 모녀가 얼마나 싸웠을지 짐작할 수 있다.
니나는 완벽한 흑조에 집착하는 순간부터 계속 등을 긁고 딱지를 뜯어내고 손톱 옆 살을 뜯어내고 구토를 한다. 엄마, 연출자, 동료로 부터 심한 압박을 겪는다. 경쟁 속에서 사는 우리 청년들도 흔히 맞닥뜨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