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흡연을 한 신모씨(50·서울 마포구)는 얼마 전 협심증 진단을 받고 담배를 끊기 위해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그런데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뒤부터 가슴이 더 답답하고 어지러운 느낌이 계속됐다. 평소에 하지 않던 헛구역질도 나왔다. 처음에는 금단현상 때문인 줄 알았지만,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 가 보니 "전자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 때문에 나타난 증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금연을 하겠다면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전자담배의 중독성이 더 강할 수도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니코틴 함량 63% 초과하기도
전자담배는 진짜 담배처럼 생긴 파이프 내부의 카트리지에 용액을 넣은 뒤 기체화시켜서 흡입하는 제품이다. 용액에 니코틴이 들어있으면 '담배'로, 니코틴이 없으면 '전자식 흡연욕구저하제'로 분류한다. 최근 제조업체마다 "중독성 없는 금연 보조수단"이라고 광고하면서, 길거리 곳곳에 전자담배 판매점이 새로 생기고 있을 만큼 유행을 타고 있다.
그러나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는 "니코틴 함유 용액을 쓰는 전자담배는 중독성에서 일반 담배와 다를 게 없다"며 "니코틴이 없다고 선전하는 전자담배 중에도 니코틴이 검출된 사례가 많으므로 제조업체의 광고 내용을 무조건 신뢰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전자담배 5개 제품 가운데 4개 제품의 니코틴 함량이 표시보다 최대 63%를 초과했다. 니코틴이 들어있는 제품은 기획재정부, 니코틴이 없는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판매 허가를 내 준다. 제품의 니코틴 함량이나 안전성 등을 허가 과정에서 실제로 분석하지는 않으며, 제조업체가 제출한 자체 분석 결과가 규격 기준에 맞으면 허가해 준다.
◆담배 끊으려다 전자담배 중독돼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중독성이 더 강할 수도 있다. 한국금연연구소 최창목 소장은 "전자담배는 한 개비씩 눈으로 보면서 피우는 일반 담배와 달리 흡연량을 측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피우는 사람이 흔하다"며 "실제로 전자담배로 바꾸고 흡연량이 늘어나서 어지럼증 식욕저하 두통 기침 등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홍관 박사는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의학적인 연구 결과는 전혀 없다"며 "어느 나라도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요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