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통합의 의학이다. 불면증 환자에게 심장과 신장을 치료하는 것처럼 어떤 병이나 증상으로 한의원을 찾든 비슷한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의학 자체가 몸 전체를 하나로 보는 통합의학적 토대 위에 성립되고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분자생물학적 전문성을 추구하는 양방의 정반대 위치에 한의학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한방 분야에서도 요즘 전문화 바람이 거세다. 과거의 한방은 치료보다 질병 예방에 더 무게 중심이 있었고, 몇 안 되는 한방병원들도 병을 직접 치료하기 보다는 중풍 등의 환자가 장기 입원 요양하는 용도로 더 많이 활용됐다.
그러나 요즘 한방 전문병원은 양의학의 치료 영역 자체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자생한방병원은 척추질환에 초점을 맞춰 해외 학술지 등에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위담한방병원은 양방에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신경성 위장장애에 집중해 양한방 협진시스템으로 위 전체의 구조와 기능 개선을 목표로 진료를 하고 있다. 광동한방병원은 광동제약과 함께 한방 약재의 과학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 성장장애, 호흡기 질환, 여성질환, 아토피·알레르기 질환 등에 특화해 임상 연구 실적을 발표하는 한의원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전문화 바람은 '한방 과학화 요구'와 어느 정도 맞물려 있다. 환자들은 봄 가을 복용하는 보약 처방 이상의 것을 한의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젊은 한의사 중 상당수도 한방의 경쟁력을 위해 양방에 버금가는 과학성과 객관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다 과거 한의원 운영의 큰 몫을 담당하던 보약에 대한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한방 전문화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대한한방병원협회 신준식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갈수록 전문화되면서 한방 또한 전문화는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며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연구논문으로 발표하는 등 전문화의 길을 걷는 한의사나 한방병원은 갈수록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