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의 경쟁력/대장항문질환] 치질 진료 93% 도맡아

대장항문 분야는 척추 분야와 함께 전문병원화가 가장 빨리 이뤄진 분야이다. 1980년대까지 국내에는 대장항문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병원이 전무했고, 대부분의 외과의사는 대장항문 분야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탓에 수술법도 제대로 개발되지 못해, 많은 치질 환자가 무면허시술이나 실로 묶어 떼어 내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며 고통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장항문 전문병원을 처음 표방한 곳이 1987년 개원한 송도병원이다. 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은 새로운 치질 치료법을 계속 선보이며 이 분야를 선도했다.

대장내시경으로 유명한 대항병원은 1990년 서울대의대 출신 젊은 의사 3명이 '서울외과'라는 이름으로 개원했다. 이후 번거롭고 진료비 비싼 대학병원과 선뜻 수술을 맡기기가 꺼려지는 동네의원의 틈새를 파고들어 대장항문질환 전문병원의 입지를 굳혔다. 한솔병원과 대구의 구병원 역시 대장항문분야 한 분야에 매진해 전국적인 명성을 쌓았다.

치질로 대표되는 항문질환은 전문병원의 '독무대'이다. 전체 치질환자의 7%만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고, 나머지는 전문병원과 전문의원에서 소화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전문병원은 진료 영역을 암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암은 대학병원이 아닌 곳에서 수술하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대장암과 직장암은 전문병원이 대학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송도병원과 대항병원의 대장암 수술실적은 각각 매년 400여건씩에 달해, 대장암 수술 실적이 있는 전국 276개 병원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대장암복강경센터를 설립한 한솔병원은 지금까지 890건의 암 수술을 복강경으로 성공시키면서 대장암 복강경 수술법을 거꾸로 대학병원에 전수해 주기도 했다. 한솔병원에 복강경수술을 정착시킨 김선한 박사는 2005년 고대안암병원 교수로 스카웃됐다. 전문병원이 특정 질환에서 종합병원 수준을 능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