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준의‘100세까지 건강하게] 현대의학과 전통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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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나 뜸 같은 대체요법에 관심이 많은 신문사 선배 한 분이 '테라피스트(몸과문화 刊)'란 의료소설 한 권을 제게 보냈습니다. 할아버지에게서 민간요법을 전수 받은 주인공 허윤경이 말기암 등 불치병들을 척척 고치고, 급기야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뒤 자살한다는 스토리입니다. 동양의학적 토대 위에 소설적 상상력이 잘 엮여져 있어 주말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지은이 표병관 씨는 "중 2 때 만성 B형 간염에 걸려 간경화까지 진행됐는데, 단식(斷食)과 식이요법으로 완치됐다. 현대의학에 속아 지낸 35년이 억울해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살인 면허자' '악마의 머니 게임' 같은 거친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지난 20년 가까이 '현대의학'을 취재하고 소개한 필자가 읽기에는 좀 '많이' 거북했습니다.

주인공 윤경의 의술은 현대의학과 정확하게 '거꾸로'입니다. 그는 단식요법을 모든 불치병의 만병통치술로 사용하고 있고, 육식과 가공식품의 섭취를 철저하게 금지합니다. 모든 병이 음식에서 비롯되므로 음식만 바로 잡으면 못 고칠 병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암과 관련해선 조기검진조차 '적(敵)'으로 간주합니다. 괜히 일찍 발견해서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를 하면 오히려 더 악화된다고 말합니다. 조악한 결론 같지만 나름대로 논리체계가 있어 읽다 보면 몰입하게 됩니다.

현대의학은 재연성(再演性)이 있는, 즉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결과 만을 과학으로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부정합니다. 또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는 병에 집중합니다. 의학의 눈부신 발전이 덕분에 가능해졌지만, 그런 패러다임으로 해결·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내 말만 따르라"고 하니, 답답한 환자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닐까요? 소설 속 윤경은 의사가 아닌 환자가 치료의 주체가 되어 음식, 침, 뜸 등으로 자기 속에 내재한 자연 치유력을 극대화할 때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얼마나 멋지고 희망적인 얘기입니까?

한편으론 이 소설이 '귀가 얇은' 난치병 환자를 또 얼마나 헷갈리게 할 것인지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기적을 쫓는, 어리석은 환자만의 책임일까요? 세포와 수치만 보고 환자의 희망까지 재단하는 의사 잘못은 없는 걸까요? 환자의 마음 공부를 위해서 의사들이 이 소설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선 현대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의 자연치유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등은 그 수단으로 침이나 명상 등 대체요법 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만큼 대체요법을 적대시하는 의사는 지구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성과 위에 신비한 대체요법의 효과를 접목시키는 '통합'을 위해선 상대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