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극으로 뇌기능을 활성화시켜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호전시킨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동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초·중기 치매 환자 1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두피에 금속 코일을 부착한 뒤 기억력과 언어능력 등을 관장하는 측두엽 부분에 1초에 10회 이상의 전기 자극을 주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을 실시했다. 다른 그룹은 기존의 약물 치료만 계속했다.
TMS 치료를 하는 장면. / 서울성모병원 제공
연구팀은 3주간 매주 3회 20분씩 TMS 치료를 한 뒤, 두 그룹에 설문 형식의 치매진단검사(K-MMSE)와 뇌 혈류량·활동량을 조사하는 뇌스펙트검사를 실시했다.
TMS 치료 전(왼쪽)과 치료 후의 뇌스펙트 검사 사진. 파랗게 표시한 부분이 치료 후 뇌혈류랑이 증가된 상태를 나타낸다. / 서울성모병원 제공
치매진단검사 결과, 치료 그룹은 평균 점수가 20점(30점 만점·높을 수록 정상에 가까움)에서 2.75점 상승했다. 비교 그룹은 20점에서 0.25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뇌스펙트검사에서도 치료 그룹은 뇌 혈류량과 뇌 활동량이 증가한 반면, 비교 그룹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사진〉.
양동원 교수는 "경두개자기자극술은 길을 가끔 잃어버리거나 계산 능력이 떨어지는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초·중기 치매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며 "뇌의 손상이 심한 말기 환자에게는 전기 자극을 가해도 효과를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이 치료법은 약물 치료를 하며 병행하는 보조적인 요법이며, 약물 치료 등을 대신하는 단독 치료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 비용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