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헬스조선 공동기획] [응급의료 선진화] (1) 심폐소생술

입에 숨 불어넣지 말고 가슴만 세게 누르면 돼

40대 중반 남성 C씨는 지난달 지리산을 등반하다가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주변을 지나던 등산객의 신고로 15분만에 응급 의료진이 헬리콥터를 타고 도착했지만, 조 씨의 심장은 이미 멈췄고 동공까지 풀린 상태였다. 119 구급요원이 뒤늦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병원 후송 도중 숨졌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처럼 갑작스런 심장마비가 올 경우 10분 안에 심폐소생술 등 구급 조치를 하지 않으면 80% 이상 숨진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구 10만명당 40~42명의 급성 심장마비 환자가 매년 발생한다. 이중 65%는 가정에서, 18%는 공공 장소에서 사고를 당한다(보건복지부 자료). 최초 목격자도 대부분 가족이나 공공 장소 근무자다. 하지만 현장에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경우는 5.8%에 불과하며, 우리나라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은 4.6%로 선진국(15~40%)보다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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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일 공군회관에서 열린 ‘심장 살리기 국민캠페인’에 참가해 심폐소생술을 연습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심폐소생술 받으면 심장마비 생존 가능성 3배 높아져

신상도 교수는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받으면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한준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급성 심장마비 환자에게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살아난다고 해도 대다수가 신체기능장애, 언어장애 등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는다"며 "뇌는 혈액 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공공장소 종사자와 가족 중 심혈관질환 등 심장마비 고위험군이 있는 사람 등은 심폐소생술 방법을 익혀 두는 것이 필요하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켜 뇌 손상을 늦추고 심장이 다시 뛰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환자 턱 밀어젖혀 기도 확보해야

예전에는 심폐소생술을 할 때 환자의 입에 숨을 불어 넣고 가슴을 압박하는 방법을 썼지만, 올 8월 미국심장학회는 "구강 대 구강 호흡법은 생략하고 흉부 압박을 더 빠르고 강하게 하라"고 기준을 바꿨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을 보면 우선 119나 1339에 신고해 구급차를 부른다. 다음 환자의 얼굴이 하늘을 보게 하고 턱을 밀어 젖혀서 기도(氣道)를 확보한다. 두 손은 깍지를 끼고, 손바닥으로 양 젖꼭지를 연결한 선의 중간부분을 1분 당 최소 100번 이상 강하게 눌러 준다. 성인과 어린이는 가슴이 최소 5㎝ 이상 들어가는 강도로 눌러야 한다. 영유아는 손가락 두 세 개를 이용하여 최소 1.25㎝ 정도 들어가도록 압박한다. 대한심폐소생학회는 "국내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도 미국 기준에 따라 개정해서 내년 2월 10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며 "미국 기준과 거의 같은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39에 신청하면 심폐소생술 교육 받을 수 있어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부터 전국 12개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에서 대국민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심폐소생술 방법과 자동 심폐소생기인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을 4시간 동안 교육한다. 개인과 단체 모두 전화 국번없이 1339로 신청하면 된다. 허영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앞으로 운전면허와 공무원 시험요건에 응급처치법 이수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또 공공기관에 심폐소생술 기구인 자동제세동기(AED)를 필수 설치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호텔,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도 자발적으로 설치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