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뇌 100세까지] "가만히 있을 때 한손만 떨리면 파킨슨병 의심"

주부 김모(58)씨는 3개월 전 오른쪽 어깨가 결리고 죄어오는 듯한 통증이 생겼다. 오십견인 줄 알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지만 낫기는커녕 통증이 있던 손이 떨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오른쪽 다리에는 뻣뻣한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김씨는 뇌졸중이 아닌가 의심해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이상이 없었다. 각종 검사를 진행한 담당 의사는 김씨가 생각하지도 못하던 파킨슨병 진단을 내렸다.

◆뇌에서 도파민 분비 70% 감소하면 손떨림 나타나

대표적인 노인 질환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이 40~50대 중·장년층까지 파고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진료받은 40~50대는 2004년(6180명)에서 2008년(8393명)까지 4년간 40% 가까이 증가했다. 마효일 한림대성심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질병 자체가 늘었다기보다 자신이 파킨슨병인 줄 모르고 있던 중·장년층이 진단을 받아서 병을 확인한 사례가 증가한 것"이라며 "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중·장년층도 이미 파킨슨병을 많이 앓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진료받은 전체 환자는 3만9000여명에서 6만5000여명으로 1.7배 늘었다. 60대 이상의 증가 폭이 컸으며, 이 역시 진단을 통해 이미 앓던 병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의료계는 해석한다.

마효일 교수는 "파킨슨병은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부위가 손상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면 발병한다"며 "도파민 분비량이 70% 정도 줄면 손발 떨림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흑질이 손상되는 정확한 까닭은 모른다.

◆다른 병으로 착각하다가 발병 2년 뒤 치료 시작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손발 떨림 등의 증상이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에서 뇌가 깨끗하게 나와도 증상이 있으면 파킨슨병 초기로 진단하고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료 원칙이다. 그런데 파킨슨병 증상은 다른 퇴행성 질환과 유사해 환자가 엉뚱한 질병으로 착각하고 조기 발견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 교수는 "국내 환자는 평균적으로 발병 2년이 지나서야 치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인 손떨림은 수전증과 헛갈리지만, 구별법이 있다. 김윤중 한림대성심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파킨슨병은 초기에 한쪽 손만 떨다가 나중에 양손으로 진행하지만 수전증은 처음부터 양손 모두 떤다"며 "또 파킨슨병은 가만히 있을 때 떨다가 손을 움직이면 떨지 않는데 수전증은 무언가를 잡으려고 움직이면 떤다"고 말했다. 이 밖에 어깨 통증(오십견)이나 무표정(우울증) 등도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하다.

김윤중 교수는 "파킨슨병은 확실한 검사 지표가 없어서 진단이 매우 까다롭다"며 "우선 증상이 유사한 다른 질환이 없음을 확인한 뒤, 손발이 떨리거나(떨림) 몸이 경직되거나(강직) 느리게 움직이거나(서동·徐動) 몸의 균형을 잃는 증상(평형감각 이상) 등 네 가지 중 두 가지가 관찰되면 파킨슨병으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증상 조금만 보여도 즉시 전문클리닉서 검사받아야

파킨슨병은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치료 목표이다. 우선 감소된 도파민을 보충해 주는 약물을 쓰는데, 오래 쓰면 효과가 떨어진다. 약효를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부위에는 전극을, 가슴에는 배터리를 수술로 심은 뒤 피부를 통해 전선을 연결하고 뇌에 일정한 간격의 자극을 줘 도파민 분비량을 증가시킨다.

한림대성심병원 파킨슨병클리닉은 MRI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CT) 등 첨단 장비로 환자를 진단한다. 초기 환자는 정기적으로 비디오 촬영을 통해 행동 변화 등을 기록하며, 손발 떨림을 측정하는 가속도계로 증상 진행 정도를 수치화해서 치료 효과를 분석하고 향후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마효일 교수는 "파킨슨병은 의학적으로 증명된 예방법이 없다"며 "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즉시 전문 클리닉을 찾아가 검사받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스조선·한림대의료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