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나 치아 교정 과정에서 뺀 건강한 치아를 특수처리해 보관했다가 치주질환으로 잇몸 뼈가 손상됐을 때 뼈 대신 이식하는 '치아은행'이 등장했다. 현재 치아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단국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조선대병원, 아주대병원, 상계백병원, 고대구로병원, 강동성심병원 등 7곳이다.
김영균 분당서울대병원 구강외과 교수가 가루로 만든 치아를 용기에 담고 있다. 진공용기에 치아 하나가 들어간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영균 분당서울대병원 구강외과 교수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환자 중 90% 이상은 시술 전 뼈 이식을 받아야 한다"며 "치아은행에 보관했던 자기 치아를 쓰면 치아가 완전히 단단해지는 데까지 3~4개월밖에 걸리지 않고 이물(異物) 반응도 없다"고 말했다. 동물뼈나 합성뼈 등 기존 재료는 이식 후 단단해지기까지 8개월쯤 걸린다. 현행법상 뽑아낸 치아는 환경폐기물로 분류돼 발치 직후 버리거나 주인만 소장할 수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보관하려면 특수처리가 필요하다. 우선 치아를 기계로 갈아 가루로 만든 다음, 원심분리기에 돌려 충치 성분이나 금·아말감 같은 금속성분 등을 제거한다. 깨끗해진 가루를 알코올 등으로 만든 특수용액에 넣으면 잇몸뼈와 똑같은 성분으로 변하며, 무균처리한 진공용기에 넣어 보관한다. 잇몸뼈 이식이 필요할 때 이 성분을 진공용기에서 꺼내 식염수와 섞으면 찰흙처럼 변하는데, 이것을 이식 부위에 채워 넣으면 된다. 특수처리를 거쳐 5년간 보관하는 비용이 15만~50만원이며, 추가 비용을 내면 50년 이상 보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보통 사랑니 하나를 분쇄하면 1~1.5㏄의 뼛가루가 나오는데, 1㏄ 뼛가루로 잇몸뼈 3개를 이식할 수 있다. 뽑을 치아가 없거나 적은 노인은 유전자 조합이 비슷한 가족(부모 자녀 형제)의 치아를 보관해 사용하거나 자신의 치아를 동물뼈나 합성뼈와 혼합해 쓰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