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간호사, 판매원, 미용사 등에 많아…
다리 힘줄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는 국내 성인 4명 중 1명꼴로 발병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특히 선생님, 간호사, 판매원 등 서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잘나타난다. 미용상 보기가 흉해 치료를 서두르는 이가 많지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면 수술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정맥류가 무엇인지, 치료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알아보자.
어떤 병인가?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직경 4mm 이상 넓은 혈관이 불거져 나온 상태를 말한다. 심장에서 뽐어져 나온 혈액은 동맥을 통해 주요 장기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 뒤 다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사람 몸에는 큰 정맥이 2개 있는데, 하나는 신체 윗부분에서 혈액을 운반하는‘상지정맥’이고, 다른 하나는 다리·골반·복부 등의 혈액을운반하는‘하지정맥’이다.
하지의 혈액은 중력을 거슬러 심장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종아리 근육의 수축작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아리 근육은 마치 물총이 물을 뿜는 것처럼 근육을 수축시켜 정맥의 피를 심장을 향해 뿜어 준다. 결국 하지정맥 순환의 핵심은 종아리 근육이 담당하는데, 이 때문에 종아리 근육을‘말초심장’이라 부른다. 정맥 내부 구조로 보면 판막이 중요하다. 혈액이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심장 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판막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혈액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종합하면 하지정맥은 종아리 펌프와 판막의 도움을 받아 혈액을 심장으로 운반하는 통로이자 저장소이다. 그러나 종아리 근육 펌프와 판막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피를 저장하는 정맥이 늘어나는 하지정맥류가 생긴다.
하지정맥류는 보기 싫을 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 다리가 아프거나 무겁게 느껴지고, 다리에 쥐가 자주 나고, 열감이 느껴지고, 피부가 가렵고, 다리가 피곤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정맥류가 심하면 피부염이 생기거나, 혈관이 검붉은 색으로 변하거나, 다리가 부어 오르고 피부가 헐어 상처가 나는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피부가 단단해지거나, 정맥 내 피가 엉겨 막히는 혈전이 생기기도 한다.
왜 생기나?
하지정맥류는 가족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부 보고에 의하면‘하지정맥류가 있는 사람의 약 80%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가족 구성원에서 하지정맥류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특히 하지정맥류 가족력이 있는 환자중 80%는 어머니쪽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임신도 중요한 요인이다. 임신을 하면 자궁이 커지면서 정맥이 눌려 혈액이 심장으로 가는 데 물리적인 장애가 생긴다. 이 때문에 하지정맥류는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더 흔하며, 임신 횟수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 보통 임신 후 처음 석달 내 하지정맥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물리적 장애뿐만 아니라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하지정맥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르몬에 의해 정맥 벽이 이완되기 때문이다.
또한 하루에 6시간 이상 서 있는 직업인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며, 정상 체중의 20% 이상 과체중, X선 혹은 자외선 노출, 여성용 코르셋, 여성용 거들 등 몸에 꼭 끼는 옷을 착용하는 것도 하지정맥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정맥류 자가진단법>
위 항목 중 4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하지정맥류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병원에서 진단을 받는다.
1 늘 다리가 무거운 느낌이다.
2 10분만 걸어도 다리가 피곤해진다.
3 다리에 쥐가 잘난다.
4 저녁이면 다리가 붓는다.
5 다리에 꼬불꼬불한 혈관이 약간 드러나 보인다.
6 다리에 푸른 핏줄이 튀어나와 있다.
7 다리에 피부병이 생기면 잘 낫지 않는다.
8 다리 피부에서 진물이 난다.
9 무릎이 1주일에 3회 이상 아프다.
10 1주일에 3회 이상 다리에 통증을 느낀다.
도움말 조용필(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교수), 이삭(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소동문(연세SK병원 정맥류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