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때문에 봄을 두려워하던 호흡기 환자들도 꽃이 진 것을 보고 자제했던 나들이 갈 채비를 한다. 하지만 개나리, 벚꽃이 다 졌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과 같이 곤충으로 인해 수정하는 충매화는 공기 중에 꽃가루가 잘 날리지 않으므로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과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참나무나 버드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같이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수정하는 풍매화의 꽃가루. 풍매화의 꽃가루는 5월인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날리기 시작한다. 이 꽃가루들은 바람을 타고 먼 거리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나들이 가는 곳 주변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나무가 없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 전 인구의 5~10%가 천식 또는 비염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천식 환자는 2002년 202만 명에서 2008년 242만 명으로 약 20%,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2002년 302만 명에서 2008년 495만 명으로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인구의 5~10%가 천식 또는 비염을 앓고 있는 셈이다.
천식과 비염은 같은 유발물질과 염증 과정을 갖고 있으며, 목과 코가 하나의 기도로 연결되어 있어 알레르기 반응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많아 흔히 ‘형제 질환’이라 불린다. 실제로 최근 보고에 따르면 천식 환자의 최대 80%가 알레르기비염을,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30%가 천식을 동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식과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잦은 기침,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 재채기, 맑은 콧물, 호흡곤란 등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감기와도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다른 증상이 좋아지면서 1달 이상 기침이 심하게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호흡기 질환은 철저한 환경 관리와 꾸준한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점차 완화시킬 수 있다. 환경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기를 자극하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는 것. 꽃가루나 황사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실외 활동을 줄이고, 창문과 문을 닫음으로써 노출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는 것이 좋다. 또한 오존 경보가 발령되거나 대기오염 물질이 높은 날에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있는 것이 좋다. 실내 환경 관리에서는 먼저 집 먼지 진드기, 바퀴벌레, 곰팡이 등의 번식의 억제, 애완동물 키우지 않기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실내 공기는 자주 환기시키고 습도는 50% 이하로 유지하며, 베개와 침구는 매주 뜨거운 물(섭씨 55도 이상)로 세탁하도록 한다.
◆ 염증 조절제 복용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해서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기도에 일어나는 염증은 류코트리엔이라는 물질 때문에 일어나게 되는데, 류코트리엔 조절제를 복용하면 염증 작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게 되어 증상을 완화시키게 된다. 류코트리엔 조절제 약으로는 싱귤레어(MSD)가 있다. 하루 한 알씩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으며, 천식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에도 효과가 있다. 천식은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인데,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어떠한 만성질환보다 그 경과가 크게 달라지는 질병이다. 때문에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