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철 前여자양궁 국가대표 감독의 갑상선암 투병기

1. 갑상선암 관련 궁금증을 모두 풀어내며 화제가 되고 있는 신간 《헬스조선M, 갑상선암》에서 특별한 투병기를 발견했다. 더 이상 여자만의 질병이 아닌 갑상선암을 이겨낸 문형철 전(前) 여자양궁 국가대표 감독. 그의 갑상선암 극복기를 만나보자.

갑상선암은 여성이 잘 걸리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갑상선암 검진을 소홀히 여길 때가 많다. 베이징올림픽의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 획득이라는 불패신화를 피와 땀으로 일궈낸 문형철 감독은 2007년 12월, 우연히 동료 감독을 따라가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받았는데, 갑상선 우엽에 1.3cm, 반대쪽에 0.3cm 혹이 발견됐다. 세포검사 및 CT검사 결과, 갑상선을 싸고 있는 피막과 주변 근육에 암이 침범해 있었고 림프절까지 전이되어 있었다. 의사로부터 ‘갑상선암 3기’라는 날벼락 같은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7개월가량 앞둔 상황이었다.

“증상은 거의 없었어요. 운동하는 사람이라 건강에 자신 있었거든요. 오전 6시 이후에 일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체력이 좋고 특별하게 피곤함도 느끼지 못했는데, 내가 암에 걸리다니, 믿을 수 없었죠.”

당시 집도의였던 강남차병원 외과 박해린 교수는 “갑상선암은 3기에도 거의 증상이 없습니다. 암이 커져 갑상선 주변에 있는 성대 신경을 침범해 목소리가 변하지 않는 한 환자 자신이 잘 모르죠. 문 감독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을 발견했으니 운이 좋은 케이스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갑상선암이 여성에게 잘 생기다 보니, 남성이 갑상선암 초음파를 하는 일은 흔치 않다. 문 감독에게 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받을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제 아내는 2005년 갑상선 양성 종양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친한 동료 감독의 부인은 얼마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어요. 주변에서 갑상선암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기본건강검진을 받은 후 추가로 갑상선과 전립선 초음파검사를 받은 것이 행운이죠.”

갑상선암이 폭증하는 요즘에는 남성의 갑상선암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남성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여성의 5분의 1 정도로 추정한다. 박해린 교수는 “남성에게 발견되는 갑상선 종양은 여성에 비해 암일 확률이 높다. 암일 경우 공격성이 강하고, 림프절 전이율이 높아 ‘착한 암’인 갑상선암이라도 수술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 국가대표팀 전지훈련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암 진단을 받고 진단 후 보름 만에 갑상선 전체를 들어내는 갑상선 전절제술과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다. 문 감독은 수술 후 열흘 만에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한가하게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암에 걸렸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었다. 호주 훈련 때 밤샘 행군을 할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에요. 저는 할 일이 남아 있는 한 문제는 안 생길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암에 걸렸다고 두려워하거나 절망감에 빠지는 일은 없었죠.”

문 감독은 호주 훈련을 하는 한 달간 아침, 저녁으로 갑상선호르몬제제를 먹고 저요오드식으로 식이조절을 하면서, 남은 갑상선암 세포를 모두 파괴하기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기다렸다. 박해린 교수는 “문 감독은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받기 위해 한 달 준비기간을 거쳤어요. 갑상선호르몬의 원료인 요오드를 외부에서 식이로 공급해 주지 않아 갑상선에 남은 세포를 굶기는 거죠. 한 달 정도 지나면 미세잔류 갑상선 세포가 요오드를 섭취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데, 이때 세포에 요오드와 함께 방사선이 들어가면 미세하게 남아 있는 갑상선 세포가 모두 파괴됩니다”라고 말했다.

문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을 4개월 정도 앞두고 3박4일 동안 방사성 동위원소 격리 치료를 받았다. 갑상선호르몬제제를 복용하고 있다. 문감독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에 대해 “약을 매일 챙겨 먹는 것은 건강을 매일매일 챙기고 신경 쓰는 일이라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갑상선호르몬제제 자체가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등 치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갑상선호르몬제제 복용은 필수다. 박 교수는 “간혹 약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는데, 갑상선호르몬제제는 임신부가 먹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될 정도로 아주 안전한 약이다”라고 말했다. 수술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지금, 문 감독의 체중은 5~6kg이 빠졌다.

“양궁 국가대표 감독을 하면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엄청 받은 것 같아요. 1등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항상 초조하고 불안했죠. 잠도 잘 못 잤어요. 암에 걸린 후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대표팀을 나오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는지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그는 ‘건강’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평소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해 암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암 진단을 받은 후 하루에 한 갑씩 피우던 담배를 바로 끊었고, 술은 가끔 맥주 한 잔 정도 즐긴다. 또한 하루 1시간 이상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걷기나 골프 등 운동을 한다.

“양궁 국가대표 감독을 하면서도 운동은 불규칙적으로 했거든요(웃음). 갑상선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3년 정도는 재발 가능성이 있다니 바짝 긴장하고 관리해야 한대요. 평소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건강에도 적용해 보려고요. 저처럼 증상이 없어도 운 좋게 암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40세가 넘으면 2년에 한 번씩 갑상선 초음파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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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암 중 1위를 차지하는 갑상선암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암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공통점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증가세는 두드러져서, 1999년에 비해 2007년에는 630%나 늘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는 갑상선암 중에서 치료가 가장 잘 되는 유두상암이 많다는 것. 많은 여성이 ‘나도 갑상선암이지 않을까…’ 걱정한다. 여성을 떨게 만드는 갑상선암에 대한 진실 혹은 대담, 《헬스조선M, 갑상선암》편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비교적 최근 많아진 질병인 만큼 갑상선에 대한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담은 책이 없었다. 갑상선 정보에 목말랐던 많은 독자에게 단비 같은 신간이다. 갑상선 질환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이 책을 통해 풀어 보자. 대한갑상선내분비학회 & 헬스조선 공동기획 / 8000원 / 헬스조선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