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에 사는 이모(29)씨는 매번 봄만 되면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수난’을 겪는다. 꽃이 필 무렵부터 밖에만 나가면 재채기가 연거푸 나와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콧물도 끊임없이 흐르기 때문. 이씨와 같은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한림대학교의료원 통계에 따르면, 2004년 9675명이었던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는 6년 만에 1만4482명으로 67%가량 더 늘었다.
■ 특정 물질에 과도한 면역반응이 원인
알레르기란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염증을 일으켜 나타나는 질환이다. 어떤 외부 물질 또는 자극에 대해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필요이상으로 과민반응을 하는 것. 특히 대기 중에 있는 꽃가루나 먼지,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등이 코로 들어왔을 때 사람에 따라 면역반응을 과민하게 나타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만 심해지는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과 집먼지 및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동물의 털 등에 의해서 일어나는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구분한다.
■ 재채기・콧물・코막힘이 특징적인 3대 증상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경우 평상시에는 증상이 없다가 특이한 물질과 만났을 때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다. 갑작스런 발작성 재채기, 맑은 콧물, 심한 코막힘 등이 3대 특징이다. 그 외에도 눈이나 목구멍 등이 가렵고, 눈이 충혈되며, 두통이나 안면부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은 주로 봄과 가을에 심해진다. 봄에는 주로 오리나무, 소나무, 버드나무 등의 꽃가루가 문제가 된다. 4~5월에 가장 심하다. 가을에는 8월~10월까지 나타나는데 잡초의 일종인 명아주, 쑥, 비름 등에서 날린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통년성 알레르기비염은 집먼지나 집먼지진드기 및 곰팡이가 원인이므로 계절에 상관없이 나타난다.
■ 원인물질 알아야 치료 방향 정해져
알레르기성 비염은 무작정 증상만 치료하기보다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약 50여 가지의 항원을 피부반응 검사를 통해 살펴본다. 피부 테스트는 여러 가지 원인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해 가장 많이 쓰이는 원인진단 방법이다. 또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하는 데 자신의 병력을 아는 것도 중요한데, 현재 나타나는 증상이 언제부터 발병했고, 언제부터 악화됐는지 등을 체크해 두면 치료가 좀 더 쉬워진다.
■ 치료 방법도 여러 가지
치료는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회피요법은 말 그대로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피하는 요법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기르는 동물의 털이 원인이라면 동물을 기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꽃가루가 원인이라면 꽃이 없는 곳에 가서 살 수는 없다. 될 수 있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되지만 이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통한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좋은 약제들이 개발돼 이런 걱정은 덜게 됐다. 마지막으로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아주 적은 양부터 주사하여 서서히 증량하여 면역반응을 변화시키는 면역요법이 있다. 하지만 면역요법은 주사를 2년 이상 지속적으로 맞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효과가 미미할 때도 있다.
이외에 비갑개(鼻甲介)라고 하는 비강내 콧살이 비대해진 경우, 비강을 둘로 나누어 주는 코 속의 벽인 ‘비중격’이 눈에 띄게 휘어져 비중격 만곡증인 경우 등은 수술 등을 통해 교정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