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친구의 친구, 사촌 여동생… 아는 사람의 반경을 조금만 넓혀보면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사이 여성에게 갑상선암이 급증하면서 많은 여성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갑상선암이 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갑상선암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미국의 경우 연간 7.7% 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연간 25.6%씩(남자 24.5%, 여자 26%) 증가해, 최근 10년 사이 약 630%나 늘었다. 남녀 비율로 따지면 여성이 남성보다 약 5.7배 더 높다. 현재 갑상선암은 위암과 유방암을 제치고 여성암 1위로 올라서 있다.
갑상선암은 왜 유독 여성에게 잘 생기는 걸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다. 다만 건강검진을 받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이 큰 원인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 학계의 추측이다. 갑상선 질환은 증상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성들이 갑상선 초음파를 받을 기회가 많아지고 검진 장비도 좋아지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갑상선질환이 발견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 한 원인으로 해석된다.
그 밖에도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도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성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생식기 뿐 아니라 갑상선에도 있는데, 여성은 남성들보다 이 호르몬 수용체가 많이 자극되기 때문에 갑상선 암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는 것. 또 자가면역체계의 이상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자가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비정상적으로 자기 몸에 있는 물질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갑상선항진증’을 앓고 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더 많다. 이 때문에 ‘갑상선암도 더 잘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추측이다.
갑상선 암에 걸리면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갑상선 암이 꽤 커진 다음에야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쉰 목소리가 나거나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도 느껴지며 목에 동그란 혹 같은 것이 만져질 수도 있다. 통증도 느낀다.
현재로서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예방법은 없다. 정기적인 검진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갑상선 암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검사는 갑상선 초음파 검사, 미세침흡인세포검사,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검사 등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많이 쓰인다. 검사가 비교적 간단하면서 정확도 또한 높기 때문. 먼저 초음파 검사를 한 다음 암이 의심되면 미세침흡인세포검사를 받는다. 목에 가는 주사침을 넣어 갑상선 암이 의심되는 부위에서 세포를 뽑아 검사를 한다.
일단 암으로 진단이 되면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 암 수술 시엔 재발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 암이 있는 부위를 비롯해 갑상선 전체를 떼어낸다. 후에 받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는 수술로 제거되지 못한 갑상선 조직의 잔여물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갑상선 암 수술을 한 환자들은 갑상선이 모두 제거됐기 때문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는 환자와 유사한 상황이 된다. 따라서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면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