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인 의료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장기 이식이다. 대한이식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자의 5년 생존율은 거의 모든 장기에서 미국보다 앞서거나 같다. 신장·간·췌장 이식자의 5년 생존율은 각각 85.6%, 70.5%, 79.6%로 미국(67.5%, 67.6%, 50%)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장기이식 경쟁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2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한국인의 성인병 유병률이 서양인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해 이식 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둘째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뛰어난 '손 재주'다. 장기이식수술은 해당 장기에 붙어있는 1~2㎝ 크기의 혈관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해 서양인보다 손이 작은 동양인이 유리하다.
미국 ABC방송은 2008년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생체 간이식 수술을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했다. 지난 2005년에는 신장이식 대가로 알려진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로버트 몽고메리 장기이식센터장이 삼성서울병원에 와서 한달간 수술법을 배워갔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난달 3000번째 신장이식을 성공하면서 아시아권 병원 중 최다기록을 세웠다.
국내 장기이식은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아 시행하는 이식보다 훨씬 어려운 '생체 이식'이 많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생체이식이란 가족이나 친척 등 살아있는 사람에서 장기 한 쪽을 떼거나 일부를 잘라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김순일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생체이식은 장기를 받는 사람 뿐 아니라 주는 사람의 건강상태까지 신경써야 하므로 훨씬 어렵고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는 최근 생체이식 생존율이 일본마저 뛰어 넘으면서 시술 건수와 기술, 양 면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의 CT사진. 공여자의 간 3분의 2를 잘라 이식
받았다. 빨간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공여자의 몸에 남아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얼마 전까지 장기이식 분야의 '불모지'로 여겼던 췌장이나 소장, 폐 이식도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췌장이식환자 1년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과 거의 대등하다.
이명덕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거부 반응이 강하고 대변 등으로 감염관리가 특히 어렵다는 소장 이식을 2004년 국내 최초로 성공한 이래 지난해에는 4m에 이르는 소장 전체이식에 성공했다. 이두연, 백효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비흡연자만 장기기증이 가능한데다 감염 위험성까지 커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던 폐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고, 지난 달에는 한번 폐를 이식받은 사람에게 다시 이식하는 폐 재이식 수술에도 성공했다.
최근 뇌사자 장기이식 기증자가 급증하면서 장기이송시스템도 개선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고대구로병원은 얼마전 옥상에 헬리콥터 이착륙장을 만들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7년 1시간 30분만에 제주에서 서울까지 날아올 수 있는 첨단 응급의료헬기를 들여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