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관한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 3탄
우리는 평소 얼마나 많은 화장품을 사용할까? 화장품 회사에서 195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초화장에 6개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는 여성이 12%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 같은 조사 결과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렇듯 여성들의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화장품, 이제 안전하게 사용하는 일이 시급하다. 총 4회에 걸쳐 우리가 쓰고 있는 화장품의 진실을 알아본다.
꼭꼭 숨은 진실,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화장품 독성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을 뿐 아니라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취재를 위해 국립독성연구소에 문의해 보았지만 관계자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독성물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를 꺼렸다. 이렇듯 부족한 정보 속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것을 믿어야 할까?
화학물질, 유방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찍부터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면 후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미국의 환경활동단체가 2005년 발표한 «피부 깊숙이(Skin Deep)»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의 절반 이상이 체내 호르몬 균형을 파괴하는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지난 10월 여성환경연대와 여성가족재단의 주최로 <유방암과 안전한 화장품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환경이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 그 원인 중 하나로 화장품 속 파라벤, 프탈레이트, 알킬페놀 등의 성분을 지목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이안소영 팀장은 “발암의 위험성 때문에 규제하고 있는 물질이 아직 국내에서는 사용가능하다”고 말하며 “유럽 연합(EU) 수준의 규제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말로 우려를 나타냈다.
적은 양도 무시할 수 없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는 업체들은 화학물질의 양이 적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용하는 화장품의 수와 사용하는 기간을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장품 속 화학물질에 포함된 독성이 무서운 것은 피부로 직접 침투하기 때문이며 피부 밑의 지방 조직으로 들어온 화학물질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척되기 때문이다. 결국 피부가 얇아 흡수가 빠르게 진행되는 두피, 얼굴, 입술 등의 부위는 가능한 피해야 하며 피하 지방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주의해야 한다.
천연원료라면 다 믿어도 될까?
2008년 10월 18일부터 화장품의 전성분을 표시하게 하는 ‘화장품전성분표시제’가 실시되었지만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화학 용어와 복잡한 표기가 가득한 화장품 라벨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위험을 느낀 사람들은 ‘자연’이나 ‘천연’이라는 글자 하나만으로 믿고 구매한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설령 천연재료라고 할지라도 가공단계를 거쳐서 쓰면 달라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천연 성분이 들어갔다 해서 효능이 확 달라지는 건 아니다. 결국 판매사들 입장에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광고효과일 뿐이다. 최근 오징어 먹물 염색약이 도마에 올랐다. 화학 염색약엔 18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대부분이 유전자 변이물질이거나 발암물질이다. 2001년 미국에선 염색약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여성의 방광암 발생률이 보통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특히 염색약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암모니아는 분자량이 작아 발색력이 좋지만 두피에 잘 침투해 두피 트러블을 유발하고 휘발성이기 때문에 시술시 눈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인체 내에 흡수될 경우 폐를 손상시킬 수 있다.
김주덕 숙명여대 향장대학원 교수는 “몇 년 전부터 웰빙 트렌드 중 하나였던 검은콩, 검은깨 등의 블랙 푸드 열풍이 먹는 것에서 화장품으로 옮겨갔다”며 “오징어먹물이 들어갔다고 하는 염색약들은 평균적으로 1% 미만 들어가므로 큰 영양을 주지 못한다. 오징어먹물이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고 윤기나게 해준다고 할지라도 큰 효과를 주기는 어렵다. 마치 예전 살구마사지 비누에 살구씨 성분이 0.01% 들어가 마사지 효과를 내준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오징어먹물로 염색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는 산화 염료로 인해 검게 되는 것뿐이다.
도움말 최재욱(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김주덕(숙명여대 향장학과 교수), 이안소영(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팀장), 참고서적 《경피독》(삼호미디어), 《화장품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