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좋다고 오래 먹여 영·유아 철분섭취비율 69%
여학생들 지나친 다이어트 70%가 심각한 철분결핍
50대 이후는 과다섭취 피 걸쭉해져 심혈관질환 위험
2007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영양섭취기준량 대비 실제 철분섭취 비율은 1~2세의 경우 69.1%고, 3~18세까지는 87~91%로 권장섭취량에 못 미쳤다. 반면 19세 이후부터 120%를 상회했고, 50~64세는 150.6%에 달했다. 65세 이상도 120.7%로 철분 과잉 상태였다. 김정하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철분은 체내에서 산소를 운반하며, 장기와 신경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존재하면 세포가 노화하고 혈액이 걸쭉해져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영유아, 아토피 걱정으로 이유식 늦추면 빈혈 생길 수도
모유가 좋다는 말만 듣고 수유 기간을 너무 늘려서 아기에게 철분 결핍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철분은 출생 직후부터 생후 24개월까지 뇌, 심장, 근골격계, 위장관계의 형성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모유에는 함량이 낮은 편이다.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생후 6개월부터 이유식을 통해 가장 신경 써서 공급해야 하는 영양소 중 하나가 철분이다"라고 말했다.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지나치게 우려하는 부모가 철분이 많은 붉은색 육류를 아기에게 잘 먹이지 않는 것도 철분 결핍의 원인이다. 박현경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어 이유식을 늦추더라도 생후 26주 이상까지는 미루지 않는 게 좋다. 엄마 뱃속에서 만들어 놓은 철분을 다 쓰고 난 뒤 스스로 철분을 섭취해 몸에 저장하도록 쇠고기 등으로 만든 이유식을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철분 결핍을 예방하려면 철분이 강화된 분유도 도움이 된다. 모유를 먹이는 엄마는 출산 후에도 철분제를 계속 복용하는 것이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여중고생 70% 철분 결핍
여학생의 철분 결핍이 특히 심각하다. 윤진숙 계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15~19세에는 남녀 모두 철분 권장섭취량이 가장 높은 시기이다. 그러나 15~19세 여학생의 10명 중 7명이 철분을 평균필요량 미만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여학생은 생리로 인한 혈액 손실이 많고, 지나친 다이어트로 철분 등 필수 영양소 섭취를 제대로 못하거나, 철분이 풍부한 붉은 살 생선, 육류 등을 꺼리는 경우가 남학생보다 훨씬 많다. 윤 교수는 "이런 이유로 청소년기 여학생은 철분 결핍성 빈혈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철분 결핍성 빈혈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50대 이상 필요 없는 철분 보충은 역효과
50세 이후 철분 과다 섭취가 급속히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폐경 여성 때문이다. 김정하 교수는 "혈액 속의 철분이 월경을 통해 배출되지 않는 폐경 여성은 철분 권장섭취량이 가임기보다 3분의 1쯤 줄지만 실제로는 철분 섭취를 줄이지 않는 것 같다.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안 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철분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년 이상 남녀 모두 어지럽고 피곤하고 기력이 없으면 빈혈로 생각하고 약국 등지에서 철분제를 쉽게 사먹는 것도 원인이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대부분 귀의 문제이지 빈혈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철분 보충제를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철분은 육류 등에 풍부해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 철분은 몸 밖으로 배출돼 매일 보충해줘야 하는 비타민C와 달리, 세포 탈락, 출혈 등으로 미량의 철분만 손실될 뿐 일단 흡수된 철은 대부분 몸에서 재사용된다. 여에스더 에스더클리닉 원장은 "많은 사람이 칼슘과 철분을 헷갈리는데, 칼슘은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이지만 철분은 그렇지 않다. 병원에서 철분 결핍성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지 않는 한 굳이 철분 보충제를 사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