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는 "나이가 들어서 그러겠거니 하고 버티다가 지난해 5월 눈에 염증이 생겨 안과에 갔다가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국내 환자가 2000여명인 희귀 질환으로, 눈의 망막 중 물체의 중심 부위를 보게 하는 황반이 파괴되는 병이다. 황반 세포가 퇴화돼 생기는 '건성 황반변성'과 황반 주위에 새로운 혈관이 자라서 생기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나뉜다. 구씨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방치하면 100% 실명으로 이어진다. 황반변성은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고, 서양 사람처럼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거나 흡연을 하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은 물론 형편이 어려워 기름진 음식은 제대로 먹어 보지도 못한 구씨처럼, 운이 나쁘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구씨는 수년간 병을 방치한 까닭에 대해 "아들 셋은 10여년 전에 소식이 끊겼고, 우리 부부의 한달 수입은 생활보호대상자 생계보조비와 노령연금을 합쳐 70만원 정도라 도저히 치료비를 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구씨에게 친딸이나 다름 없는 동사무소 사회복지사 노은미(32)씨가 '구세주'가 됐다. 평소 구씨 부부를 돕던 노씨가 헬스조선과 한국망막학회가 형편이 어려운 황반변성 환자의 무료 치료를 위해 공동 진행 중인 '심청이 캠페인' 기사를 보고 신청했다. 구씨의 치료를 맡은 문연성 인하대병원 안과 교수는 "구씨는 황반변성을 몇 년간 방치한 상태여서 그대로 둘 경우 2~3년 내에 실명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병의 추가 진행을 막아 실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씨는 지난 5일 황반 부위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 주사제인 루센티스를 맞았다. 보통 한달 간격으로 3회 주사를 맞으면 혈관 생성이 거의 멈춘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사 횟수는 좀 더 늘어날 수 있다. 눈 흰자위에 주사기를 약 0.2㎝ 정도 찔러넣은 뒤 주사액을 넣는 방식이다. 구씨는 첫 주사 치료를 받은 뒤 "세상에는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며 "나같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서 헬스조선, 망막학회, 노은미씨 모두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구씨는 앞으로 두 차례 더 주사를 맞은 뒤 최종적인 치료 결과를 검사받게 된다.
이번 캠페인에는 총 25명의 황반변성 환자가 신청했다. 헬스조선과 망막학회는 경제적 상황과 치료 가능한 환자인지의 여부를 가려 총 9명을 최종 선정했다. 25년 전 아내를 잃은데다 최근 하던 사업이 망해 요양원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박동준(78·전북 전주시)씨는 작년 3월 황반변성 초기 진단을 받았고, 오는 19일 첫 치료를 시작한다. 남편과 자녀 없이 혼자 15년을 살아오다 조카가 사연을 올려 치료받게 된 정하연(80·경기 성남시)씨는 작년 11월 황반변성 초기 진단을 받았다. 이 밖에 김경옥(62·경기 하남시)씨, 김한기(80·서울 마포구)씨, 이재선(65·경기 성남시)씨, 윤순규(87·서울 성북구)씨, 권태규(76·서울 노원구)씨, 윤용만(77·서울 중구)씨도 수혜 대상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