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환자 신종플루 '무대책 노출'

건조한 겨울은 천식 환자가 가장 힘든 때다. 올해는 신종플루 '공습'까지 겹쳐 천식 환자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26일 천식을 앓던 14세 아동이 신종플루에 걸려 사망했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신종플루 입원 환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28%가 천식환자였다. 미국의 천식 환자는 전체 인구의 8% 정도이다. 현인규 한강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 환자는 신종플루에 걸리면 증상이 쉽게 악화한다. 게다가 천식 환자가 반드시 맞아야 하는 계절독감 백신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고, 신종플루 백신도 일러야 내년 1월에나 맞을 수 있으므로 천식 환자는 건강 관리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렴 등 합병증 가능성 높아

천식 환자는 면역 체계 이상으로 방어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입하면 발병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이상엽 고대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천식 환자가 신종플루에 걸리면 계절 독감보다 기관지 협착이 더 강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천식 발작 위험성이 높아지며,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천식 환자는 이미 기관지에 염증이 있기 때문에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 등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조영주 서울시 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장(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천식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규칙적으로 천식흡입제를 투약하고,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천식은 확진 어려워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에 따르면, 천식은 전 국민의 약 10%가 앓고 있다. 현인규 교수는 "하지만 천식 환자의 상당수는 평소 기관지에서 쌕쌕 소리가 나는 천명 증상이 나타날 만큼의 강도로 운동을 하지 않아 자신이 천식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거나, 천식을 만성 기침이라고 착각한다"고 말했다.

천식의 주된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밤이나 새벽, 운동 후에 심한 기침이 나며 ▲쌕쌕거리는 숨소리의 세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엽 교수는 "천식은 콧물·재채기·목아픔 등 다른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기침만 오래 하는 등 그 증상이 다양해 진단하기 어렵다"며 "또한 천식은 자극이 없을 때는 정상인과 똑같이 아무 증상이 없어 무심코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의 천식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아동이 흔히 걸리는 모세기관지염증과 증상이 거의 비슷해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은 천식 확진을 위한 기관지 유발검사(기관지를 자극해 반응을 보는 검사)를 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 검사를 받다가 기관지가 심하게 자극돼 천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에서 무료상담

천식을 일으키는 주요 알레르기 물질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비듬과 털, 곰팡이 등이다. 감기, 담배, 찬공기, 페인트, 대기오염, 스트레스 등은 일단 발생한 천식을 악화시킨다. 또 천식 환자는 소염진통제에 예민해, 복용 후 기관지 과민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조영주 센터장은 "신종플루 백신 제조시 계란이 사용되기 때문에, 알레르기에 민감한 천식 환자들은 계란 알레르기를 걱정해 신종플루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지만, 극소수를 제외하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천식 환자는 백신 접종 전 피부 반응 검사를 통해 계란 알레르기를 확인하며, 알레르기가 있으면 백신을 조금씩 나눠서 여러 번 맞춘다"고 말했다. 서울시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www.atopyinfocenter.co.kr)에서는 천식과 관련한 궁금증을 상담해주고 교육 자료를 무료로 나눠준다. 천식 전문의들이 1~2주마다 정기적으로 무료 공개 강좌도 연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1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공휴일은 열지 않는다. 문의 전화는 1577-7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