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헬스조선 공동기획] 에이즈 편견 극복

다음달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앞두고 지구촌 곳곳에서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3300만여명의 에이즈 환자와 바이러스 감염자가 있으며, 우리나라도 5036명(지난해 말 현재)이 생존해 있다. 우리나라는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지만, 편견과 차별의 장벽은 어느 나라보다 높다. 에이즈 전문가들은 "이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살 권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에서 추방시키자' 한국 30%, 영국 8%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서 지난해 19~59세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이즈 인식조사 결과, '에이즈 하면 연상되는 단어'로 공포(33.5%), 성문란ㆍ성병(29.1%), 질병(6.8%), 불결ㆍ부도덕함(5.1%) 등이 나왔다. 이훈재 인하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요즘도 에이즈에 대한 인식은 1980년대의 과도한 공포 분위기 그대로"라고 말했다.

사회의 인식이 이렇다보니 HIV 보균자는 '죄인 취급'을 받으며 정상 생활을 할 수 없게 내몰리는 실정이다. 이 조사에서 "에이즈 감염자를 직장에서 추방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미국(18.9%, 1999년 조사)이나 영국(8.0%, 2006년 조사)에 비해 훨씬 많았다. '자녀를 에이즈 감염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허락하겠느냐'는 질문에는 44.6%가 "그럴 수 없다"고 응답했다. HIV 보균자로 현재 아동 미술 교사인 A(27)씨는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나를 껴안을 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혹시라도 알려져서 하루아침에 이 행복이 산산조각 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나도 걸릴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여겨야"

에이즈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가 'HIV가 포옹이나 악수 등으로 감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HIV는 침, 눈물, 콧물, 땀, 소변, 대변(혈액이 섞여 있지 않는 한)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따라서 감염인과 함께 악수나 포옹을 한다거나, 감염인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다고 해서 HIV가 옮지 않는다. 즉, 함께 밥을 먹거나 목욕탕을 사용하는 등의 일상 생활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강문원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에이즈학회 회장)는 "에이즈는 '나와는 상관없고, 상관 있어서도 안되는 일부 사람들의 끔찍한 질병'이 아니다.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질병'이며 우리 사회가 함께 껴안고 가야되는 만성질환의 하나로 생각하는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HIV가 한 번의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0.1~1%에 불과하다. 하지만 에이즈 환자의 99%는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다. 이는 단 한번의 부주의로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콘돔 사용 꺼리는 성향이 문제

성관계를 하는 동안 콘돔을 올바르게,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HIV에 감염될 위험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이 안전한 성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현진 질병관리본부 에이즈ㆍ결핵관리과 연구원은 "외도 경험자 중 '파트너와의 성관계시 콘돔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39.4%나 될 정도"라고 말했다.

에이즈 감염이 의심스러울 땐 즉시 보건소 익명검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단,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일이 발생한 날로부터 12주 후에 검사를 실시해야 정확하다. HIV항체는 감염 직후 약 2주부터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확실하게 알 수 있으려면 적어도 12주가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