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이 피부에 와 닿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10월이다. 마음의 평화와 내 몸의 면역력을 올리기 위해, 일상생활 속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 두고 찾은 건강대학원 ‘쉼’ 3기를 소개한다.
1. 그대, 정말 쉬어본적이 언제인가?
9월 17일 오전 9시 30분 명상과 삼림욕, 음악과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잠시 내 몸에서 벗고 몸과 마음을 쉬어 보기 위해 강원도 양양의 오색그린야드 호텔로 향했다. 새로 생긴 춘천고속도로를 타고 홍천 IC를 지나서 도착하기까지 대략 2시간 25분이 걸렸다. 사무실의 전화 소리도, 핸드폰 소리도 다 사라져 버린 강원도의 숲. 산들은 단풍이 들듯 말듯 홍조를 띈 숲을 포근히 품어 앉으며, 소박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평화롭게 누워있었다.
짐을 풀고 잠깐의 휴식, 오후 4시부터 웃음치료를 시작으로 강의들이 진행되었다. 강의 전에 윤경옥 파트장은 자기소개와 참가 이유를 말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4주 전 뇌졸중으로 쓰려져 기적적으로 회복중인 J모씨, 20년 넘게 함께 가게를 하면서 처음으로 부부 동반 여행을 왔다는 P모씨, 지난 2기 때 참가했다가 너무 좋아서 다시 친구와 함께 ‘쉼’을 다시 찾은 C모씨. 각자의 사연 하나하나가 한 편, 한 편 소설 같았다.
체면과 나이, 부끄러움을 내려놓은 웃음치료 강의, 120세까지 사는 것이 더 이상 장수의 개념이 아닌 시대가 오기에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임호준 대표의 강의 그리고 이어진 저녁 마무리 명상까지 참가자들은 여행의 피로도 잊고 열심히 메모와 질문을 하면서 ‘쉼’의 시간을 채워나갔다.
2. 내 세포 하나, 하나를 돌아보는 ‘쉼’
김종우 교수가 명상 시간에 ‘새벽 5시 반에 받아서 6시에 첫 물 온천을 즐기면 그것이 오색탄산온천을 즐기는 시작’이라며 소개를 하자 그린야드 호텔의 대욕장은 이른 새벽부터 ‘쉼’ 참가자들로 붐볐다. 투명한 탄산온천의 알싸하게 차가운 기포들이 머리와 몸과 마음을 씻어 주는 듯 했다. 얼른 정리하고 서둘러 아침 명상 수업과 스트레스 강의를 들었다.
명상은 그리 먼 곳에 고수들이 점유하고 있는 특수한 기법이 아니었다. 앉아서 혹은 걸어 다니면서 눈을 뜨던 감던 간에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가서 내 세포 하나, 하나를 사랑하고 내 감각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노력이 바로 명상이었다. 몸을 흐르는 기운, 그 기운에 반응해서 나 자신으로의 침잠(沈潛). 그 속에서 명상 MATE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2기 때 참가했던 둘째 동생이 큰형 부부와 막내 동생 부부 등록을 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참가했다는 S모씨는 처음 명상 훈련에서 기감을 잘 받지 못해 보충수업을 받은 참가자였다. 하지만 마지막 날 아침 명상까지 빠짐없이 참가하며 대기만성의 투혼을 보여 주었다.
3. 우주와 자연과 내가 함께하는 소통의 시간
설악산 주전골의 치맛자락을 도는 산림욕은 내 몸의 감각들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두 명씩 짝을 맞추어 상대방의 손 하나에 의지해서 눈을 감은 채로 산책로를 걸었다. 내 발에 모든 신경이 다 가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 내 발이 더듬이가 되어서 걸었던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평소 잘 돌보지 못했던 서로의 발을 주물러 주면서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지며 애정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지구에 존재하는 제 5원소, 공기, 물, 불, 바람 그리고 사랑이 참가자 전원에게 에너지를 주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 아쉬움을 가지고 시작한 한방음악치료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소고와 처음 보는 한국 전통 악기들을 만져보면서 진행되었다. 60년 지기 친구와 함께 온 O모씨는 “내 몸에 맞는 악기가 따로 있는 줄 이제야 알았어요. 가슴도 풀리고 온 몸에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요. 나이 들면 옆에서 챙겨주는 친구가 최고에요” 옆에서 함께 고운 미소로 열심히 소고를 두드리던 P모씨는 “ 이 친구가 지난주까지 아파서 병원을 다녔어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데리고 왔어요” 아름답다라는 표현은 연륜과 우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모든 걸 주고 있었다. 스트레스도 내 마음 속에서 꽉 움켜쥐기 보다는 한 번 ‘탁’ 놓아버리고 나서, 자연처럼, 사물과 감정까지도 있는 그대로를 내 몸과 마음에 받아들이는 경험. 건강대학원 ‘쉼’에서 가을과 내 자신을 한껏 느끼고 돌아온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