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할머니 무릎 통증, 알고 보니 기상병

입력 2009.09.22 16:09 | 수정 2009.09.22 16:09

"내일은 저기압과 한랭전선이 몰려올 예정이니, 두드러기가 있는 분은 주의하십시오."

독일 함부르크 지방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일기예보이다. 독일에서는 매일 기상학자, 의학자, 물리학자들이 모여 그 날의 날씨에 따른 '기상병(氣象病)' 예보를 하고 있다.

최근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는 기상병은 주로 저기압·저기온과 관련된 것들이다. "무릎이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보다"라는 우리 할머니들의 '몸 예보'를 서양에서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기상병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왜 생기는지 알아봤다.

대기 중 양이온 늘면 두통 유발

구름이 잔뜩 끼거나 비가 오기 전날에는 두통이 생긴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증상을 '기상의학'에서는 양이온과 음이온의 비중 변화로 설명한다. 유병욱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표면 근처의 이온은 대부분 음이온인데,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는 저기압이 되면 지상에 양이온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이렇게 대기 중 음이온과 양이온 비율이 갑자기 달라지면 체내의 세로토닌 분비량이 줄어드는데, 세로토닌 감소는 두통의 중요한 유발 유인 중 하나"라고 유 교수는 설명했다.

비 오기 전 노인의 관절 통증도 기압 변화의 영향이다. 김윤신 한양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맑은 날에는 관절 내부 조직이 외부 기압과 평형을 이루고 있는데 갑자기 기압이 낮아지면 기압이 받쳐주던 조직이 느슨해지면서 제자리에서 약간씩 벗어나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온 떨어지면 이상지질혈증 늘어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질환에 따른 통증도 저기압과 높은 습도에서 더 심해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류마티스연구소는 류마티스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저기압·저기온에서 관절과 근육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지난 2008년 보고했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저기압, 저기온에서는 통증을 유발시키는 히스타민 계열 단백질 성분이 더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지질혈증도 기상병의 범주에 들어간다. 독일 기상의학자 데 루더 박사의 연구 결과, 한랭기단 안에서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포도당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과 포도당 수치가 올라가면 이상지질혈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저기압은 맹장염 유발

정신질환, 두드러기, 맹장염 등도 유럽에서는 기상병으로 분류돼 있다. 저기압 전선이 접근하면 몸 속 아세틸콜린이란 물질이 증가하며, 그 결과 자율신경 교란이 일어나 불안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드러기도 심해진다. 홍 교수는 "비가 오기 전날에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는 사람이 있다"며 "이는 '콜드 알레르기'라는 기상병의 일종으로, 저기압·저온일 때 증가하는 히스타민이 피부에 알레르기성 발진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식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날씨로 인한 저기압뿐 아니라 비행 중 기내 기압이 낮아졌을 때도 맹장염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기압이 낮으면 히스타민 등의 분비량이 늘면서 염증이 유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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