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발효를 하면 한약에 효과를 보지 못했던 사람도 약의 성질이 바뀌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이유로 최근 대학병원에서도 발효 한약을 처방하는 한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발효 한약이 약학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김동현 경희대 약대 교수는 "발효 한약의 가장 큰 장점은 소화·흡수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한약재의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아예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발효를 제대로 하면 약재 성분이 바뀌어 장에서 흡수가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우유를 마시면 소화가 안 돼 배가 아픈데, 발효유는 소화가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개업 한의원 등에서 선전하는 중금속이나 잔류 농약 등의 독성을 제거해 준다는 효과는 객관적으로 증명된 근거가 거의 없다. 김동현 교수는 "살균 과정에서 잔류 농약 등이 일부 제거될 수 있겠지만 중금속, 잔류 농약이 있으면 아예 균이 살 수가 없다. 독성을 없애준다는 것은 과대 포장"이라고 말했다.
발효 한약은 아직 임상 연구가 충분치 않다는 한계점도 있다. 발효 한약이 한약보다 얼마나 더 효과가 좋은지, 이미 발효된 한약과, 한약과 유산균을 같이 먹었을 때 효능의 차이가 있는지 등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박재우 교수는 "발효 한약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며 "똑같은 발효 한약을 먹어도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발효 한약을 먹은 뒤 가스가 차는 등 복부팽만감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해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다. 자칫 유해균으로 발효되면 한꺼번에 다량의 유해균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개업 한의원에서 직접 발효 한약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 대부분 발효 시설을 갖춘 처리업체에 의뢰한다. 발효 한약은 청국장이나 김치처럼 공기 중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자연적으로 삭히는 방법이 아니다. 신광호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약재를 철저히 멸균한 다음 유산균 등을 삽입해 발효를 시켜야 하므로, 믿을 만한 시설을 갖춘 곳에서 생산된 발효 한약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는 관련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유익균의 종류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국제적으로 유해성이 없다고 인정받은 비피더스균, 락토바실러스균을 이용하는 것이 이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동현 교수는 "무조건 균만 넣어 발효시키면 '발효 한약'이라고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발효 후에도 유해균이 들어갔는지, 장에서 흡수 가능한 물질로 바뀌었는지 확인을 할 수 있는 업체에서 제조한 제품인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