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았는데 계속 아프면… '복합성통증' 의심

대학생 김모(남·23)씨는 얼마 전 오토바이 사고 후 발목이 부러져 6개월간 깁스를 했다. 그런데 깁스를 다 풀고 난 뒤에도 다리에 알 수 없는 심한 통증이 계속 생겼다. 정형외과에서 X선, MRI, 심지어 근전도(전극 반응으로 근육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 검사까지 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병원 통증의학과로 옮겨진 김씨는 뼈 주변 혈류 상태를 측정하는 '골 스캔 검사'와 몸 내부 온도 분포를 나타내는 '체열검사'를 실시한 결과 통증을 담당하는 신경 가지가 손상돼 나타나는 '복합성통증증후군(CRPS)'으로 진단됐다.

'복합성통증증후군'은 ▲환자에게 주사를 놓다 손을 찔린 간호사 ▲군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다 어깨를 삐끗한 군인 ▲건강검진에서 채혈을 한 뒤 이상하게 팔이 아프다는 50대 남성 ▲헌혈을 한 뒤 전신 통증이 느껴진다는 여고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병한다. 현재 국내외 학회 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경중(輕重)의 차이는 있지만 전 인구의 1~7%가 신경 손상에 의한 통증, 즉 복합성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일반적으로 수술이나 골절, 운동 부상 등 외부의 힘에 의해 피부에 분포된 말초 신경 중 통증을 담당하는 신경이나 신경 가지가 손상된 뒤, 계속 아프다는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질환이다.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동언 교수는 "불과 5~10년 전만 해도 '복합성통증증후군'의 정확한 원인과 기전에 대해 전혀 밝혀지지 않아 꾀병, 또는 정신병으로 취급 받았지만 최근 이런 통증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미세한 신경의 손상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우리 몸에는 해부학적으로 이름이 명명(命名)돼 있는 신경뿐 아니라 그 신경에서 파생된 미세한 신경 잔가지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이 신경들은 어떠한 진단기구로 촬영할 수 없다. 문동언 교수는 "이 미세한 신경 잔가지들은 눈으로는 관찰 할 수 없어 복합성통증증후군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여러 역학 연구조사와 역(逆) 추적 연구조사 등에 의해 신경 잔가지가 손상돼 통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인정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외상을 입으면 부종이 1~3주 지나면 가라앉지만 복합성통증증후군의 경우 부종이 가라앉지 않고 통증 강도와 환부가 더 넓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곳 피부와 비교해 봤을 때 색깔이 더 붉고 온도도 약간 높게 나타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색깔과 온도 차이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점점 상태가 악화돼 피부괴사로 이어지는 경우(전체 복합성통증증후군 환자의 약 1~3%)도 있다.

>> 치료법은?

치료 시기에 따라 완치 여부가 확실히 갈려진다. 보통 발병 후 6개월이 치료 가능한 최대 기간. 처음 신경이 손상돼 염증 반응이 생겼을 때 이를 잡아주지 않으면 계속 확산돼 약이 듣지 않고 수술로도 통증을 없앨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초기에 진단된다면 치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문진과 체열 검사 등 여러 검사 후 통증의 원인이 신경 손상으로 확인되면 빨리 케타민제(마취제의 일종), 항염증제 등을 복용해야 한다. 초기 약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엔 아픈 부위에서 뇌로 이어지는 신경전달 통로를 전기 자극기로 차단해 염증물질이 신경을 타고 다른 곳으로 퍼지는 것을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