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이 남긴 최고의 식품, 된장
#3. 된장 섭취 및 구입 시 주의할 점
우리 선조들은 ‘된장에 오덕(五德)이 있다’고 했다. 단심(丹心), 항심(恒心), 불심(佛心), 선심(善心), 화심(和心)이 그것이다. 단심은 다른 맛과 섞여도 제맛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 항심은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다는 의미, 불심은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해준다는 의미, 선심은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의미, 화심은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된다는 의미다.
이런 성질로 인해 된장은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발효식품이 그렇듯 된장 역시 염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된장은 짠맛이 강하다. 된장 1큰술에는 나트륨이 882mg이나 들어 있다.
이는 사람들의 혈압을 올리는 주범 중 하나다. 따라서 된장을 먹을 때는 다른 식품을 함께 섭취해 나트륨을 희석시키는 게 좋다. 된장을 먹거나 된장으로 요리할 때 체내 나트륨 배설을 돕는 칼륨과 섬유소가 풍부한 미역, 부추, 상추, 감자, 해조류 등을 함께 섭취하는 게 현명하다. 수분도 나트륨 배출을 촉진한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두부를 많이 넣으면 좋은 이유다.
상추나 깻잎 같은 쌈을 먹을 때 일반 된장보다 채소를 넣어 만든 양념된장을 곁들이는 것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한 방법이다.
된장을 구입할 때는 쉰내나 곰팡이 냄새가 적고 구수한 맛이 나는 것을 선택한다. 된장을 항아리에 넣을 때는 항아리 입구를 종이나 비닐로 밀폐한 뒤 뚜껑을 덮는다. 항아리에서 된장을 푸고 나면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꼭꼭 눌러 주는 게 좋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 하루 4~5시간 정도 항아리 뚜껑을 열어 놓으면 된장이 변질되는 걸 막을 수 있다.
흔히들 된장 색이 검게 변하면 상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된장 색이 변하는 것은 장류 속 단백질의 아미노산과 탄수화물의 당류가 반응해 생긴 멜라노이딘 색소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된장은 발효숙성이 진행됨에 따라 덜 익은 황금색에서 약간 어두운 노란색을 거쳐 갈색으로 변한다. 된장의 갈색 색소인 멜라노이딘 색소는 당뇨병을 예방?개선시키고 위암의 원인이 되는 니트로소아민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4. 전통 된장 맛 계승하는 통도사 서운암
우리나라에서 된장이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곳은 경남 양산의 통도사 서운암이다. 절 구경이 아니라 된장만 사러 통도사를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통도사는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국내 3대 사찰로 꼽힌다.
통도사 서운암 된장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통도사 주지를 역임했던 성파 스님이 3년여의 연구 끝에 전통된장의 맛을 재현했다. 전통문화 계승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성파스님에게 된장은 단순한 장류가 아닌 전통문화 그 자체다. 성파 스님은 “1300년 넘게 전해내려 오는 된장을 절에서만 먹을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알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통도사 서운암 된장 맛의 비결은 고품질의 메주와 소금, 몸에 좋은 한약재, 전통 방식으로 만든 옹기 독이다. 성파 스님은 “된장 담그기의 핵심은 메주 띄우는 것이다. 잘 띄워진 메주와 온도, 습도가 잘 맞아야 맛있는 된장으로 거듭난다”고 말했다.
메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소금이다. 통도사 서운암에서는 국산 천일염을 3년 동안 간수를 뺀 뒤 사용한다. 우리나라 천일염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소금으로도 유명하다. 된장에 한약재를 넣는 것도 특이하다. 이곳에서는 감초, 오미자, 구기자, 당귀, 산수유, 대추, 호박, 계피 등 10가지 한약재를 고아서 넣는다.
한약재의 향기 덕분에 장류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나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다. 된장을 넣어 숙성시키는 독도 된장 맛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성파 스님은 납 성분이 없는 자연 유약을 칠한 전통 옹기 독이여야 독이 숨을 쉬어 장맛이 좋다고 강조했다. 통도사 서운암에는 전국에서 찾아낸 50년 이상 된 전통 옹기 독 5500여 개가 놓여 있다.
통도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폐사된 적이 없는 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1300년 넘게 된장 맛을 이어올 수 있었다. 성파 스님은 “원리원칙대로 된장을 담근 것도 큰 몫을 했다. 나도 어릴 적부터 통도사에 있으면서 된장 담그는 걸 참 많이 봤다. 된장 담그는 날이면 노스님인 경봉 스님이 지팡이를 짚고 나오셔서 물을 얼마나 붓는지, 소금을 얼마나 넣는지 깐깐하게 챙기셨다.
그렇게 원리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전통의 맛이 이어진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파스님은 이어 “나는 전통된장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갈 것이다. 된장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 유지는 물론이고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우리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의 우수성을 바르게 알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통도사 서운암 된장 담그는 일은 동진 스님이 맡아서 하고 있다. 동진 스님에게도 된장 담그는 일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동진 스님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구정이 지나면 된장을 담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