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연구가 파킨슨병 치료길 열 것"

뇌 신경 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 질환의 대표격인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매 환자의 약 50%가 알츠하이머병 때문이고, 60세 이상 노인의 약 1%가 파킨슨병 환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한림대 의대가 주최한 '제1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알츠하이머병의 권위자 스웨덴 웁살라대 란펠트(Lannfelt) 박사와 한림대 성심병원 신경과 김윤중 교수로부터 퇴행성 신경질환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윤중 교수는 최근 '한국인에서 파킨슨병에 취약한 유전자형'을 확인한 바 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란펠트: 환자가 늘었다기보다는 고령화에 따라 노화로 인한 퇴행성 신경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본다. 의사들의 진단 정확도가 높아졌고, 첨단 뇌 영상장비 등 진단 기술이 발달한 것도 환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이들 질환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이 나와 환자들이 일찍 병원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윤중: 한국은 아직까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에 대한 정확한 유병률조차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실제 환자보다 진단이 훨씬 덜 되고 있고, 의사나 환자들이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치료를 늦게 시작한다는 것이다.

―퇴행성 신경 질환은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란펠트: 알츠하이머병은 뇌 척수액을 추출해 생화학적 진단을 하거나 뇌의 이미지를 이용해 진단하는 방법도 개발돼 이용하고 있다.

김윤중: 최근 퇴행성 신경질환자들이 증상을 보이기 오래 전부터 병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치매가 발병하기 이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파킨슨병은 '렘-수면행동 장애'와 같은 증상이 발병 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전자 연구는 왜 중요한가?

김윤중: 현재 퇴행성 신경질환은 약물 등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는 있으나 병의 진행을 막거나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전자 연구는 근본 치료를 위한 첫 단추다. 최근 한국인 중 파킨슨병에 잘 걸릴 수 있는 특정 유전자(LRRK2 G2385R)를 발견한 것도 이런 점에서 의의가 있다. 파킨슨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미리 환경 요인을 배제하면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란펠트: 유전자에서 질병의 원인 단백질을 찾으면 진단·치료법뿐 아니라 신약 개발을 위한 단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베타 아밀로이드' 원시 섬유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중요한 독성 물질이란 연구결과가 나와 치료 약 개발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퇴행성 신경 질환의 예방법은 전혀 없나?

란펠트: 아직 마땅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권투 선수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퇴행성 신경질환자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평소 뇌상(腦傷)을 주의해야 한다. 예방·치료법이 없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조기 진단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중: 퇴행성 신경질환자 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 중에는 뇌혈관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많다. 특히 뇌졸중 환자는 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고혈압, 당뇨병 등 뇌졸중 위험인자를 관리하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알츠하이머병

나이가 들면서 이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단백질,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서서히 뇌 신경 세포가 죽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 중 약 50%를 차지한다.

파킨슨병

중뇌 부위에 도파민이란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해지면서 도파민의 영향을 받는 세포가 죽는 퇴행성 신경질환.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 여러 가지 운동장애 증상들이 나타난다. 10명 중 2명이 치매 증상을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