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관 아기 탄생 30년… 불임 치료 어디까지 왔나
가임 연령 여성의 10% '불임' 추정
불임 치료 성공률 30%까지 높아져
시험관 아기가 서른 살에 이를 정도로 세월이 지난 지금, 불임 치료법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당시 전망대로라면 지금쯤은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은 없어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의 불임 치료는 어디까지 와 있는 지 살펴본다.
불임이란 무엇을 뜻할까? 의학적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연령이 된 건강한 남녀가 결혼해 피임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국내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것은 지난 1985년. 당시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장윤석 교수(현 마리아 병원 명예원장)가 첫 시험관 아기 출생에 성공했다.
불임 치료의 성공률은 25년 동안 확실히 높아졌다. 0%에 가까웠던 성공률은 1990년대 중반 미세 이식술이 개발된 뒤 지금은 약 30%까지 높아졌다. 자연 임신률이 2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윤태기 소장은 "나이가 어린 20대 산모는 불임치료 성공률이 50~60%까지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불임치료의 목표는 최소한의 난자만 채취해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을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암과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이나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불임 치료법 개발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 박사가 배우자가 있는 15~44세 가임 여성 63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발성(특정 질환으로 2차적으로 유발된 불임이 아닌) 불임이 전체의 1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최영민 교수는 "불임은 클리닉 방문이나 지원사업 혜택 건수 등으로 역추산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 대부분 자신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정확한 수치를 잡기는 힘들지만,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대개 가임 여성 여성 10명 중 1명 안팎이 '불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불임의 위험 요소가 증가하고, 불임 부부들이 클리닉이나 불임 사업 등을 통해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가 늘면서 불임인구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불임은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는 어려운 주제'이다. 부부 10쌍 중 1쌍이 불임이라고 할 정도로 불임인구가 많지만, 아직도 불임이라고 하면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도 불임부부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많이 개설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공개이다. 현대 의학에서 불임은 치료의 대상일 뿐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불임은 여전히 '금기'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등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불임부부 지원사업'을 펴고 있으나 불임의 짐은 지금도 부부, 특히 여성에게 무겁게 남아 있다.
1. 서울 강남의 한 불임센터에서 만난 이미정(가명·33)씨. 지난 2년 동안 시험관 아기 시술만 6번을 받았다. 그녀는 불임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에서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며 우울증 증세까지 겪었다.
"씨앗이 아무리 나빠도 밭만 좋으면 애가 왜 안 생기겠냐" 며 끝까지 자연 임신을 고집하던 시댁 식구들을 1년간 끈질기게 설득한 뒤 어렵게 시작한 시험관 시술이었지만, 작년에 아이가 유산되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얼마 전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해 현재 6주째에 접어 들었지만, 유산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기약 없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
2.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진임(가명·47)씨는 친구들에 비해 아들이 무척 어리다. 불임으로 고생하다 결혼 10년 째 되는 해에 아이를 낳았다. 결혼 후 1년 만에 가진 아이가 유산된 후 나팔관에 혹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병원에서는 나팔관 하나로도 자연임신이 가능하긴 하다고 했지만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았다. 다행히 아이를 낳긴 했지만 불임치료를 받느라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당시 5000만원이 넘는 시술 비용을 대느라 적금을 2개나 깨는 등 경제적 부담을 떠안았던 기억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