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쏘인 상처, 수돗물로 씻으면 안 돼

얼음찜질·마사지도 금물
식초로 독성 약화 시키고 발진 심하면 병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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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권 교수·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최근 8세 여자아이가 부모와 함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휴가 때 말레이시아에서 해수욕을 즐기다 해파리에 쏘였다고 했다. 마치 잔 줄기가 있는 나뭇가지 회초리로 아주 심하게 맞은 듯한 발진이 다리와 손에 선명했다. 얼마나 당시 상황이 심했는지 짐작이 갔다. 독성이 강한 '박스 해파리(Box Jellyfish)'에 쏘였고, 현지에서 해독제 등의 1차 치료를 받고 귀국했으나 발진과 통증이 심해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파리에 쏘인 환자들은 대부분 동남아나 외국여행을 갔던 환자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파리에 쏘인 환자들이 서해, 동해, 남해를 가리지 않고 국내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원래 해파리 위험지역이 아니었던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해운대119시민수상구조대에서만 올해 86명에게 해파리 응급처치를 실시했다고 한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동남아 등지에 서식하던 해파리가 국내 연안까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독성 해파리가 급증하고 있지만 해파리에 대한 보통 사람의 상식은 너무 부족해 병을 오히려 키우는 사례를 종종 본다. 해파리에 쏘이면 회초리로 맞은 듯한 발진과 통증, 가려움증 등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구역질, 구토, 설사, 복통이 생기기도 한다. 심한 경우 혈압저하, 호흡곤란, 의식불명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일단 발진이 심하거나 혈압저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 응급실에 가서 해독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갈 정도로 심하지 않다고 해도 해파리에 쏘인 뒤 응급처치 할 때 주의할 점들이 많다. 상처부위가 부었다고 얼음찜질, 핫팩찜질, 마사지 등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해파리에 쏘이면 촉수에 감춰진 독침들이 살 속에 박히게 되는데 이렇게 찜질이나 마사지를 하면 독이 있는 촉수들이 피부에 더 깊이 박혀 독성이 더 강해진다.

상처 부위를 씻어낸다고 수돗물이나 생수 등 민물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민물로 씻어내는 과정에서 독이 더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부위를 '아세틱엑시드(식초)'에 적신 수건 등으로 15~30분 정도 덮어 두는 것이 좋다. 산성이 독성을 약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주위에 식초가 없다면 민물 대신 바닷물로 부드럽게 씻어내는 것이 좋다. 이후 신용카드나 플라스틱 자 등을 이용해서 피부에 박힌 침들을 부드럽게 긁어서 제거해야 한다.

해파리에 물린 상처부위에 오줌을 누거나 알코올을 발라 응급처치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방법도 오히려 해파리 독의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