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위한 최고 선택" 對 "효과 비해 너무 비싸"

과연 로봇수술만이 능사(能事)일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로봇수술 경쟁이 불붙었다. 로봇수술 장비인 '다빈치'가 처음 도입된 지 3년 만에 생긴 변화다. 로봇수술에 한발 앞선 병원들은 "비용은 조금 많이 들지만 환자를 위한 최고의 수술"이라고 주장하지만, 또 한편에선 "비싸기만 하고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고 비난한다. 도대체 어느 말을 들어야 할까? 로봇수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두 전문가의 글을 싣는다.

｜ 찬성 ｜ 
■이우정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장 

2001년, 로봇수술장비인 '제우스시스템'을 사용해 미국 뉴욕에 있는 의사가 프랑스에 있는 환자의 복강경 담낭절제수술을 성공했다. 그로부터 7년. 이제 로봇수술은 더 이상 해외토픽에 등장하는 뉴스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이 됐다. 담낭절제수술뿐 아니라 예전 복강경 수술로 진행되던 모든 수술을 로봇수술로 할 수 있게 됐다.

로봇수술은 특히 봉합(縫合)을 하는데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며, 그 밖에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마스터-슬레이브(master-slave)' 방식으로, 의사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수술장치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인터넷과 컴퓨터 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스스로 움직이며 인체를 수술할 인공지능형 로봇 개발도 꿈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2005년 7월 15일 첫 로봇수술(담낭절제술, 전립선암 수술)을 시행했고 이어 위암, 대장암, 식도암 수술과 산부인과 자궁적출술을 시행했다. 심장수술도 이 다빈치 수술로봇을 이용해 성공했고, 최근에는 갑상선암과 인후부 종양 제거수술도 성공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국내 유명 대학병원들이 다빈치 수술로봇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오는 7월 초 한국에서 열리는 '연세 다빈치 라이브 2008'에는 로봇수술의 종주국인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 500여 명의 의사들이 참가하고, 실제 수술 시연(試演)만도 12건이나 진행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12개의 수술시연 중 절반 이상이 한국 의사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비록 주최국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로봇수술 도입 3년 만에 우리나라 로봇수술 실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손 기술이 좋고, 컴퓨터·IT 기술도 집적된 우리나라가 차세대 의술인 로봇수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이유다.

물론 약 25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와 기구를 사용하는 로봇수술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용 문제는 대단히 주관적인 것이다.

국산 경차(輕車)를 타더라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지만 값비싼 수입 외제차를 타는 이유는 이동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동 과정에서의 만족도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로봇수술도 비슷한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요즘은 국산차도 외제차와 경쟁하듯이, 한시바삐 로봇장비 및 소모품을 국산화하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으며, 환자들은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로봇수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내업체들이 미국의 수술로봇을 대체할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 반대 ｜ 
■정승용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 

최근 다빈치라는 수술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수술이 국내에도 도입되어 전립선암, 위암, 자궁암 등의 수술에 적용되고 있고, 대장암에 대해서도 시험적으로 시술되고 있다. '로봇수술'이라 하니 사람 대신 로봇이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으나 정확하게 말하면 원격 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빈치 시스템이 기존 복강경 수술에 비해 보다 더 선명한 시야와 3차원 영상이 외과의사에게 제공되고, 외과의사의 손목 관절 움직임이 로봇 팔에 의해 그대로 재현되어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복강경 수술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약 25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로봇 장비를 이용함으로써 수술 비용이 1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 문제다. 또 로봇수술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이 비용을 전액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형편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16대의 로봇수술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고, 2대가 계약을 마치고 곧 들어올 예정이다. 그 밖의 병원들도 이 시스템의 도입을 결정하거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18대는 전체 아시아 보유 대수 30대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게이오 대학과 큐슈 대학 두 곳에서만 제한된 환자에 한해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로봇수술 시스템이 없는 병원은 뒤떨어진 병원이고, 이로 인해 환자 유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우리나라의 과도한 로봇수술 시스템 도입을 불러 일으킨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사항은 이러한 고가의 장비를 이용한 수술이 과연 비용 대비 수술의 안전성과 정확성, 암 치료성적의 향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다. 또한 이러한 수술이 확실히 유리한 질환을 선별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공신력을 갖고 있는 의료기관의 잘 기획된 비교임상연구를 통해 검증이 이루어진 후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을 은으로 된 숟가락, 스테인리스 숟가락, 아니면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지만 결국은 사람의 손과 팔의 동작에 의해 입으로 전달된다. 마찬가지로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모두 외과의사에 손에 의해 수술의 성패가 달려 있다. 상황에 따라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이 각각 장점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어떤 방법도 현재까지 절대적인 우월성이 입증되어 있지는 않다.

수술 특히 암 환자에 대한 수술은 환자들의 생존과 삶의 질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새로운 수술 방법의 도입에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수술 방법 적용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려가 외과의사, 환자, 환자 가족들에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