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서울척병원. 80 병상 규모의, 크지 않은 '동네병원'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병원의 좁은 복도와 로비에는 백발 노인부터 젊은 여성까지 서로 웃고 떠드는 소리로 왁자했다. 병원 측이 개원 2주년을 맞아 이곳에서 수술 받고 퇴원한 환자를 초대한 '홈 커밍 데이(Home Coming Day) 행사'. 모두 840여명의 퇴원 환자가 이 '잔치'에 참여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와의 유대감 형성과 퇴원 후 관리를 돕기 위해 잔치를 기획했다"며 "당초 500명 정도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초청장을 돌렸는데 1000명이 넘는 분이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병원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척병원 홈 커밍 데이 행사를 참여하기 위해 퇴원 환자들이 모여있다. /홍진표 헬스조선 PD
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4시. 그러나 2시간 전부터 여수, 의정부, 시흥 등지에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환자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는 한편, 낯 익은 의사·간호사 선생님을 붙잡고 "요즘 자꾸 허리가 아프다" "앉았다 일어서기가 어렵다"며 건강 상담을 하기도 했다. 임시 행사장으로 꾸민 주차장에 자리가 부족해 늦게 온 사람은 3층과 5층 진료실과 복도 등에서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시흥에서 온 문 모(55)씨는 "작년에 동생하고 함께 이 곳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그때 같이 입원했던 친구들을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온 김중근(60)씨는 "2006년에 척추수술을 받았는데 너무 결과가 좋아 퇴원 후 한번 찾아오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다"며 "주치의 선생님도 다시 한번 뵙고 상담도 받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개인 병원에서 퇴원 환자들을 모두 초청해 한바탕 왁자한 '잔치'를 벌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이 병원 김동윤 원장은 "캐나다의 한 탈장전문 병원에서 매년 퇴원 환자를 초청하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병원이 환자들을 평생 관리해준다는 개념으로 퇴원 환자들이 병원과 쉽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행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장은 "특히 척추 질환은 수술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관절 등 다른 부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병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환자들을 고무하고 최신 정보도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참석한 환자들은 건강 강좌를 듣고 뷔페식으로 차린 저녁 식사를 한 뒤 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