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ck! 클리닉&센터] 서울대병원 긴급처치클리닉
일반적으로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은 혈액투석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팔 혈관에 일종의 혈관 접근로인 '동정맥루(動靜脈漏)'를 만들어 놓는다. 그런데 동정맥루는 자칫하면 좁아져 혈액투석을 어렵게 한다. 동정맥루가 좁아지면 다른 곳 혈관을 통해 투석을 할 수는 있으나, 경우에 따라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혈액투석을 못하면 돌연사 위험에 노출된다.
조씨도 예전에 이런 경우를 자주 겪었다. 그러면 투석을 못해 온 몸이 퉁퉁 부은 채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는 교통사고 환자 등에 밀려 담당 의사 진료를 받기까지만 몇 시간씩, 심지어 며칠씩 걸리기 일쑤였다. 신장내과 의사의 진료가 끝나도 영상의학과로 옮겨져 막힌 혈관을 풍선으로 뚫거나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거나, 혈관을 새로 이식받는 일정을 잡는데 또 하루 이틀이 걸렸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조씨는 어떤 때는 응급실 바닥에 누워, 또 어떤 때는 휠체어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응급환자가 많으니까 기다리는 것은 참을만하지요. 그렇지만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이렇게 기다리다가 갑자기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긴급처치클리닉에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초음파 검사 결과 혈관이 막힌 것이 확인돼 영상의학과로 옮겨져 풍선으로 혈관을 뚫는 시술을 받고 다시 긴급처치클리닉으로 돌아와 혈액투석까지 받는데 걸린 시간은 7시간. 혈액투석에만 4시간 가량 걸리므로 다른 시술에는 3시간 남짓 소요된 셈이다.
지난 2006년 11월 문을 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긴급처치클리닉은 혈관폐쇄, 폐부종, 감염 등으로 응급상황에 자주 부딪히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이 길어도 하루 안에 진료부터 시술, 혈액투석까지 받을 수 있다.
이곳에는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와 전임의(펠로우) 1명 등 2명의 전문의와 간호사 2명 등이 상주하면서 혈관 초음파 장비 등을 이용해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를 신속하게 진단한다. 환자의 상태가 파악되면 영상의학과, 혈관외과 등으로 보내 진료를 받게 한 뒤 클리닉 바로 옆에 있는 신장내과 혈액투석실에서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투석실에는 혈액투석기 30대가 있다.
서울대병원 긴급처치클리닉과 비슷한 진료를 해주는 곳들도 생기고 있다. 순천향대병원은 혈관외과와 영상의학과 전문 의료진과 간호사 등이 핫라인을 구축해 동정맥루 폐쇄 등 응급상황에 처한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을 진료한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는 "서울대병원 긴급처치클리닉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만 장비와 인력의 한계 때문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가 제한돼 있다. 이런 곳이 많이 생겨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이 좀더 쉽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신부전증 환자들이 겪는 응급상황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다양한 응급상황을 겪는다.
신장기능이 약해 약물의 독성을 잘 거르지 못해 몸에 열이 나는 경우가 잦다. 또 수분을 잘 걸러내지 못해 혈관에 수분이 과잉 축적돼 혈압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60~70%는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등의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폐가 부어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칼륨이 쌓여 몸이 찌릿찌릿해지는 등 감각이 이상해지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도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동정맥루 폐쇄다. 동정맥루는 혈액 투석 시 굵은 바늘이 들어가도록 동맥과 정맥 혈관을 연결해 만들어놓은 일종의 혈관 접근로. 일주일에 2~3회 투석할 때마다 바늘로 동정맥루를 찌르는 탓에 그 부분에 상처가 생겨 혈전이 쌓이거나 감염이 되기 쉽다. 그러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위험이 커진다. 이때 재빨리 혈관을 넓히지 않으면 혈관이 막혀 혈액투석을 못하게 되고, 심지어 혈관이 막혀 못쓰게 되는 상황까지 생긴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사흘 이상 혈액투석을 못하게 되면 몸 전체에 피가 잘 돌지 않아 온 몸이 퉁퉁 붓고, 숨이 차며 심하면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