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 척추염 앓는 이상훈 류마티스 전문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관절류마티스센터 이상훈(36) 교수의 진료실 앞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로 붐빈다. 전문의가 된지 몇 년 안된 '새내기 의사'지만 환자들의 신뢰가 남다르기 때문. 다른 병원에서 병을 처음 진단 받은 환자들이 "이상훈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검사를 받아보겠다"고 할 정도다. 그에게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직성 척추염이란 척추와 골반 뼈에 주로 침범하는 만성 염증성 관절염으로 염증이 계속되면서 연골과 관절이 파괴되고 뼈와 뼈가 붙어 나중에는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이다. '척추가 대나무처럼 강직 된다'고 잘못 알려져 환자들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죽을 병 걸린 것처럼 사회와 담을 쌓으며 방에서 TV를 보거나 인터넷만 하며 지내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그런 환자를 붙들고 "약이 안들어 척추가 굳을 정도로 병세가 심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2% 정도뿐이다. 약을 제대로 먹고 관절의 운동범위를 유지시키는 운동만 한다면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설득해서 환자들을 '밖'으로 내보내는데 온 힘을 다 쏟고 있다.
실제로 그의 환자 중에는 헬스클럽 트레이너도 있고 뮤지컬 배우도 있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는 직업인지라 그들의 절망은 남달리 심했지만 설득하고 달래어 직업을 유지하게 했더니 지금은 무리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환자의 약혼자를 설득해 결혼을 시킨 경험도 있다. 이 병이 유전병이라는 오해도 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희대 의대 본과 2학년이던 24세 때 이 병을 처음 진단 받았다. 의대생인 그 자신도 척추가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줄 알고 심한 심리적 좌절과 충격을 겪었다. 그는 "'환자 중에 메이저리그 선수도, 금메달을 딴 선수도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라'는 주치의(현 정성수내과 원장)의 따뜻한 권고가 없었다면 병을 극복할 수 없었을 지 모른다"며 "나도 환자의 힘이 되어주고 싶어 류마티스 내과를 전공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통의 의사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환자의 아주 사소하고 민감한 질문까지 '선배 환자' 입장에서 답해 환자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진료실을 찾은 환자 중엔 아예 "어떤 운동을 몇 분 동안 하냐" "어떤 약을 복용 하냐, 내 약과 같은가" "기 치료나 사혈요법은 받아 보았는가" 등의 '심문(審問)'을 하지만 그는 짜증내지 않고 일일이 답해 준다. 진료가 끝나면 종종 환우회 홈페이지(www.gidarlim.com )에 들러서 상담을 계속한다. 이 씨는 "'강직성 척추염'은 강직이 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임에도 병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쉽게 절망한다. 환자를 안심시키고 긍정적인 투병을 유도하기 위해 하루 빨리 '진단명'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