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유방암 환자들은 단순히 가슴에 있는 종양만 떼어낸다고 완치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슴을 잘라낸다는 것은 여성성의 상실과 동시에 ‘가슴이 없다’는 장애를 짊어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은 물론 부부생활마저 위협받는다. 암 환자에게 따라다니는 항암치료 과정과 재발공포증은 기본이다. ‘유방암 수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서울대병원 유방암환우회 ‘비너스회’ 회원 5명(이복자, 이정림, 서인영, 김지윤, 이옥수 씨)에게서 들어봤다.
이복자(62)-유방암 1기로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유방암의 원인인 여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항호르몬제를 두 번 먹자 생리가 끊겼다. 이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거나 머리카락이 빠지고 머릿결이 상당히 안 좋아지는 등 폐경기 증후군이 왔다. 한쪽 유방이 없다 보니 몸의 좌우가 불균형해져 어깨가 기울어지고, 척추와 무릎도 아픈 상태다. 수술한 부위의 팔은 혈액순환도 안 되는 느낌이다.
이정림(52)-여성호르몬이 적어 질 건조증으로 성교통이 심하다. 사실 성교통보다 심한 건 성 정체성 혼돈으로 인한 ‘성고통’이다. 칼 자국이 있는 가슴을 남편에게 보여주는 게 꺼려진다. 게다가 남편은 3년 동안 내 절제된 유방을 만져보지 못하더라. 남편은 ‘(당신한테) 너무 가슴 아픈 부분이라 그러질 못했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남편은 내가 유방암 환자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서인영(50)-1기였을 때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공포증이 심하다. 유방암은 재발과 전이가 잘 되는 암으로 유명하다. 몸의 다른 부분이 아프면 ‘혹시 전이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얼마 전 척추가 쑤셔 CT까지 찍었을 정도다.
김지윤(48)- 유방암 1기 진단을 받고 한쪽 유방을 잘라낸 지 4년이 지났다. 유방이 없다는 건 ‘장애’와 다름없다. 처음에는 옷을 벗고 거울을 보지도 못했다. 어느 날 걸레질을 하는데 한쪽 무릎이 절제된 내 딱딱한 가슴에 닿았다. 내 자신이 너무 낯설고 무서워 펑펑 울었다. 유방암이라고 밝히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바로 가슴으로 꽂히는 느낌이다. 온천을 간 적이 있는데 사람들 시선이 너무 따가워 수건으로 가슴부위를 가리고 다녔다. 유방암 수술 환자들끼리 간 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환우회 차원에서 욕탕 전체를 빌린 경우였다.
이옥수(46)-유방암 1기 진단을 받고 3년 전 한쪽 유방을 절제했다. 수술 전에는 유방재건술을 한 환자의 가슴이 예뻐 보여 “수술 후 유방을 원래 형태로 복원하는 유방재건술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유방암 수술을 받고 나니 유방재건술이 꺼려진다. 다시 7~8시간 동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 두렵고, 1500~200만원 정도의 고가의 수술 비용 또한 부담이다. 유방재건술을 하면 재발여부를 알아내기도 어렵다고 한다. 수술공포증과 수술비용에서 자유롭다면 유방재건술을 당장 받았을 것이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