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헬스조선 공동기획-나의 희망이야기⑦
유방암 극복한 곽정란(51)씨
삼성서울병원·헬스조선 공동기획- 나의 희망이야기⑦ 유방암 극복한 곽정란(51)씨
몸무게의 5분의 1이나 되는 가방을 매고 50℃가 넘는 사하라 사막 위를 뛰었다. 숨이 가쁠 때마다 “암도 이겼는데 이까짓 것 쯤이야”라고 주문을 걸었다. 마라톤 3일째가 되자 발등이 부어 오르고, 발 여기저기에 물집이 생겼다. 그래도 계속 달렸다. 7일째 되던 지난 3일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사막’ 총 250㎞를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1998년. 샤워를 하는데 왼쪽 가슴에 유리구슬 만한 것 두 개가 만져졌다. “설마…” 하는 두려움이 현실이 됐다. 의사는 빨리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한달 후 왼쪽 유방 전체와 겨드랑이 임파절을 잘라 냈고, 곧바로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중 3인 딸이 대학에 갈 때까지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고통스런 6개월간의 항암치료까지 꿋꿋이 견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갑작스러운 발병이 아니었다. 유방암 진단 3~4개월 전부터 몸이 푹 가라앉았고, 이야기를 해도 집중이 안 됐다. 수면 중 열이 올라와 잠을 깊게 자지 못했고, 주위 사람에게도 쉽게 화를 내서 “너 요즘 이상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발병 전까지 정신은 우월하고, 몸은 열등하다고 생각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오로지 어린이 책을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데 매진했다. 걷는 시간조차 아까워 종종거리며 뛰어다녔다. 잠은 하루에 4시간만 잤고, 1주일에 절반은 패스트푸드로 때웠다. 암은 그렇게 몸을 열등하게 대한 대가였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몸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몸의 소리에 왜 이렇게 무신경했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방의 한 명상센터에서 개설한 5박 6일 프로그램에 참여해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익혔다. 몸으로 기도하며 1시간 정도 춤을 추면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1시간 책을 읽는 것 못지 않은 상쾌함이었다.
몸과 친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해보기로 했다. 1주일에 서너번씩 오전 6시에 북한산 인수봉에 올랐고, 그러지 못할 때는 학교 운동장을 2시간 동안 뛰었다.
몸은 점점 좋아졌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마다 “너무 덥거나 높은 곳은 괜찮을까?” “뼈가 약해지는 건 아닐까?” “다녀와서 재발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적극적이던 성격이 서서히 변해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해졌다.
그래서 도전을 결심했다. 정말 높고, 더운 극한의 조건에서 살아남으면 힘을 얻을 것 같았다. 2004년 11월, 뜻을 같이하는 유방암 환우 6명과 11박 12일 일정으로 4130m 높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에 성공했다. 하루 7~8시간씩 높은 산길과 무수한 계단을 오르면서 턱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생동감과 희열이 느껴졌다. 산 정상에서 나는 더 이상 유방암 환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에 사막 마라톤마저 성공했다. 내년 4월엔 산악회 회원들과 한 달간 여정으로 약 6900m 아마다블람 등반에 나선다. 유방암 환자 곽정란이 아닌 ‘산을 좋아하는 사람’ 곽정란으로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
주치의 코멘트
“정신력이 병을 이겼다”
유방암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병이다. 꾸준한 운동으로 비만을 피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장하면 누구나 이겨낼 수 있다. 곽정란 씨는 수술 당시 유방암 2기였다. 유방 전체와 겨드랑이 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뒤 약 6개월 동안의 항암치료와 5년 동안의 항호르몬치료제 복용과정을 거쳤다.
수술 후에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치의인 필자에게 여러 번 편지를 보내 시시콜콜 질문을 했지만 현재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적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 마음과 신체가 하나니까 우선 정신력으로 병을 극복해야 몸도 건강하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암팀은 맞춤치료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조기유방암 발견율, 유방 보존율, 장기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림프부종을 방지하기 위해 감시림프절(보초림프절)만을 선택적으로 절제하는 방법을 가장 활발히 시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