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헬스조선 공동기획-나의 희망이야기②
위암과 싸우는 노업(70)씨
교장으로 은퇴하기까지 평생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건강을 자부해왔다. 그런데 2005년 10월 무렵, 밥을 먹으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왜 밥이 밉지?”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더니 조기 위암이라고 했다. ‘남의 일처럼 여겼던 암이 내게 찾아오다니….’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64㎏이던 체중이 한 달 만에 54㎏까지 줄었다. 이듬해 1월, 위 3분의 2를 자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취미인 시(詩) 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등산도 다녔다. “조기 위암쯤이야….” 자신감도 생겼다. 암은 얌전하게 물러난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검사하는 것은 빼놓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올해 초 검진에서 위암 세포가 다시 발견됐다. 의료진은 “1차 수술 때 채 제거하지 못한 암 세포”라고 했지만 ‘재발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생명을 주관하는 신께 모든 걸 맡기자”고 생각하고 지난 2월, 남은 위를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2차 수술 뒤 항암·방사선 치료를 따로 받지 않았는데도 후유증이 무척 심했다. 잠자다 구토 때문에 깨어 변기를 붙잡고 몸부림치는 나를 보며 아내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밀려왔다. 기도의 힘으로 하루 하루를 버텼다. 체중이 50㎏까지 빠졌다. 그렇게 1주일을 지내니 햇빛이 그리워졌다. 퇴원 뒤 수원 집 근처 서호(西湖)를 찾아 “보란 듯이 회복하겠다”고 결심했다. 매일 2㎞가 넘는 호숫가를 두 바퀴씩 돌고, 가끔 호수 옆에서 ‘우드볼’을 친다. 골프채 모양의 우드채로 게이트 15개에 나무공을 넣는 운동을 두 세 번 반복하면 온몸에 생기가 돈다. 주 2회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한자도 가르친다.
우여곡절도, 힘든 일도 많았다. 특히 빈혈이 문제였다. 온 몸에 피가 없는 느낌이 들면서 힘도 빠지고, 앉았다 일어설 땐 몹시 어지러웠다. 지인(知人)이 “빈혈에 도움이 된다”며 상황버섯 한 박스를 주고 갔다. “균형식만 먹으라”는 의사 말보다 “상황버섯으로 암을 이겼다”는 얘기가 더 솔깃했다. 얼마 후 검진결과를 본 의사는 “간 수치가 확 올라갔다. 혹시 한약을 먹었냐”고 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집에 와 남아있던 상황버섯을 모두 버렸다.
나는 종종 위가 없다는 사실을 잊는다. 수술 3개월 이후부터는 입맛이 돌아와 하루 세 끼를 먹고, 부족한 영양분은 간식으로 보충한다. 빈혈 증상도 좋아졌고, 체중은 최근 58㎏까지 늘었다. 수술 직후를 떠올리면 모든 것이 꿈처럼 행복하다. 좋아했던 술을 입에 못 대고, 식사 때문에 멀리 여행을 못 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얼마 전에는 100여 편의 시를 묶어 ‘씨 심는 마음자리’란 시집을 출간했다.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 ‘위암’을 겪은 나의 소중한 경험을 시로 쓰고 싶다.
<< 주치의 코멘트
“상황버섯 등 보완대체요법 유혹 이겨내야”
위암과의 싸움은 수술 이후의 정기검진과 모범적인 식사·생활습관, 적극적인 스트레스 관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위암 환자는 수술 뒤 3~6개월마다 검진을 해야 한다. 노업 씨는 1차 수술 후에도 6개월마다 검진을 받았고, 다행히도 1차 수술 때 발견하지 못한 암을 찾아냈다. 결국 2차 수술로 암을 모두 제거해 불안에서 해방됐다.
의사의 처방과 권고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위암 환자가 수술 후 체력저하 때문에 보완대체요법의 유혹에 흔들린다. 노 씨의 상황버섯 복용사실은 일찍 발견돼 다행이었다. 생존율이 높은 위암인데도 상황버섯을 오래 복용해 간이 나빠져 항암치료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유증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편한 마음가짐이다. 소화기능과 정신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기 위암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많은 위암환자들이 수술 후 6개월 정도만 참으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고통의 기간을 이겨냈으면 한다.
아울러 위암 발견 때 항암·방사선 치료를 한 뒤 수술하면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잇따르고 있으므로 위암 환자들은 희망을 갖기 바란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