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자신의 피로 암 세포 잡는다”

식약청,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 승인…간암·폐암 등 시술 허가
대학병원·전문 클리닉에서 시술…부작용 적지만 비용 비싸 편

이미지
암 환자의 피에서 암 세포를 공격하는 림프구를 분리해 면역세포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헬스조선 DB

암 환자 자신의 피로 몸 속 암세포를 죽이는 새 치료법이 떠오르고 있다. 이 치료법은 항암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없어 제4세대 암 치료법으로 관심을 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해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 ‘이뮨셀LC(간암·이노셀)’ ‘이노락(폐암·이노메디시스)’ ‘크레아박스-RCC(신장암·크레아젠)’ ‘엔케이엠주사(악성 림프종·엔케이바이오)’ 등 면역세포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이 인정된다며 시술이 가능하도록 허가했다. 이전까지 응급 암 환자에게만 쓸 수 있도록 일부 허용돼 오던 것을 이번에 법적으로 풀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 등에서는 기존 암 환자에게 쓰이던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요법 이후에 면역세포 치료제 시술을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 치료제는 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후 그 혈액에서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면역세포를 키워 다시 그 환자에게 주사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피로 몸 속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만 찾아서 제거하기 때문에 머리가 빠지거나 하는 부작용도 거의 없다.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결과도 양호한 것으로 나왔다. 일본국립암센터 연구팀이 의학전문지 ‘란셋’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간암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이노셀사의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로 치료한 결과 평균 생존기간이 2배 증가하고, 재발률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암 세포 크기가 절반 정도로 작아졌다. 일본 면역세포치료제 회사인 ‘메디넷’에서 시행한 ‘이노락’의 임상에서도 암 환자 89명의 평균 생존기간이 385일(12.8개월)로, 비교대상 항암제의 220일(7.3개월)보다 5개월 정도 길게 나왔다.

시술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암 환자의 피를 종이컵 반 컵(20㎖) 정도 뽑는다. 그러면 해당 연구소에서 혈액 속에 있는 림프구를 분리하고 세포 배양을 통해 면역기능을 키운다. 여기에 암세포를 죽이는 싸이토카인 처리를 하게 되면, 자신의 몸에 맞는 맞춤형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가 만들어진다. 피를 뽑은 후 2주일 정도 지나면 배양이 끝나 환자에게 주사 형태로 주입하게 된다.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2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주사만 맞고 집에 갈 수 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명지병원 등 대학병원에서 시술하고 있으며 치료제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노셀과 이노메디시스는 각각 하나의원과 이노메디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원 박윤준 원장은 “시술이 간단하고 부작용이 없어 환자들의 반응이 좋고 실제 경과도 좋다. 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면역세포 치료제는 보통 2주 간격으로 5회 정도 시술을 받는데, 한 번에 약 400만~500만원이 든다. 5회 시술을 받으면 2000만~2500만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다른 항암요법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