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호트연구소
아기 주먹만한 100g 크기의 과일 한 개로 엽산 28.6㎍(성인 1일 섭취권장량의 11%), 비타민C 108㎎(182%), 비타민E 2.2㎎(22%), 칼륨 299.6㎎(10%) 등을 모두 섭취할 수 있을까?
그렇다. 이 과일의 이름은 골드키위. 뉴질랜드 국립원예연구소, 일명 호트연구소(Hort Research)가 15년 간 연구 끝에 탄생시킨 ‘수퍼 과일’이다.
지난달 27일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Auckland) 남동쪽, 자동차로 3시간 남짓한 거리에 자리잡은 농촌 마을 테푸키(Te Puke).
도로를 따라 하늘을 찌를 듯 빼곡하게 들어선 20m 높이의 방풍림이 마치 거대한 방음벽같다. 그 뒤에는 1.7m 높이의 키위 덩굴과 사과나무 등으로 과수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 과일의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하얀색 단층 건물이 ‘수퍼 과일’의 산실인 테푸키 호트연구소다.
한국의 농촌진흥청과 비슷한 호트연구소는 뉴질랜드 전국에 10개의 연구소와 500명의 연구원을 둔 세계 최대의 원예작물연구소다. 뉴질랜드 정부 기관이지만 예산(2006년 약 420억원)의 50%만 정부에서 받고 나머지 50%는 계약을 맺은 민간기업으로부터 조달한다.
세계 최대 키위 판매업체인 ‘제스프리(Zespri)’는 2004년부터 호트연구소와 키위 연구 계약을 맺고, 매년 20여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그 대신 연구소가 개발한 골드키위 묘목과 과일에 대한 독점 사용권을 가진다.
연구소의 주요 연구 대상은 키위와 사과. 영양성분, 맛, 껍질 색깔, 과육 색깔, 저장의 편리성, 생산성 등에 따라 종자를 분류하고 개량한다. 모든 연구는 교배와 가지 접붙이기 등 두 가지 방식에 의해서만 진행된다. 뉴질랜드는 유전자 조작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골드키위도 숫나무는 중국산 야생 다래 종자고 암나무는 그린키위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속에 빨간 테가 들어 있는 키위, 아예 속이 빨간 키위, 손가락 모양으로 길쭉한 키위, 매운 맛이 나는 키위 등 형형색색의 키위 20여종이 전시돼 있었다. 품종 개량 전문가인 알란 씰(Alan Seal) 박사는 “골드키위는 기존 키위의 단맛을 늘이고, 신맛을 줄여 열대과일 정취가 강하게 나도록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영양 성분이 강화된 독특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키위 한 개의 비타민C 함유량이 1g(1일 권장량 70~105㎎)이나 되는 등 영양성분이 기존 키위의 10배에 해당하는 신품종 키위의 상품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골드키위 외에 속살이 빨간 ‘레드키위’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대추만한 크기의 ‘베이비키위’가 뉴질랜드와 일본 등에서 팔리고 있다. 영양학자인 레이첼 스크러빈(Rachel Scrivin) 박사는 “과일과 야채에 든 비타민은 비타민제보다 인체 흡수율이 뛰어나므로, 영양성분이 강화된 수퍼 과일을 계속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테푸키(뉴질랜드)=글·사진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