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가볍게 봤다가 환자 사망

“성모야, 병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거라.”

가쁘게 숨을 몰아 쉬다 애처롭게 눈을 감는 아들이 선명히 떠오르자 슬픔과 분노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보름 전 유아원에서 돌아온 성모(남·4)가 콜록거려 머리를 만져보니 손이 뜨거웠다. 집 근처 내과의원에 사흘간 다니면서 감기로 치료를 받았지만 점점 몸이 처지고, 설사와 구토까지 했다. 내과의사는 급성장염 같다며 전원(轉院)의견서를 써서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 소아과 의사는 입 속이 건조하고, 배가 부풀었지만, 체온이 정상이자 “우선 입원시켜 피검사와 X선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다음날 검사결과를 보고 의사는 장염 외에 약간의 폐렴도 있다며 수액과 항생제 치료를 했다. 조금 차도가 있는 듯 했는데 그날 밤부터 갑자기 숨쉬기 힘들어하며,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슴촬영을 해보니 폐렴이 폐 전체로 퍼졌다. 뒤늦게 객담 배양검사를 해보니 그 동안 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칸디다균’이었다. 중환자실로 옮기고 항생제를 바꾸었지만 너무 늦었다.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이었다.

법원은 대학병원에 대해 ‘입원 초 균 배양검사를 해서 폐렴의 원인 균을 확인하고, 그것에 맞는 항생제를 써서 폐렴의 확산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며 거액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처음 성모를 치료한 내과의사에 대해서는 ‘개원의사로서 정밀검사가 가능한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전원시켰으므로 의무를 다했다’며 책임을 묻지 않았다.

어린 아이나 노인에게는 가벼운 폐렴도 급격히 진행되어 치명적일 수 있다. 초기에 원인 균의 종류를 알아내 잘 듣는 항생제를 투약했더라면 성모는 오늘도 유아원 버스에 올라 병아리 같은 손을 흔들고 있었으리라.

/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