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먹는다 “우리는 생식매니아”

지방간 진단을 받은 김지원(44. 무직)씨는 요즘 풀을 심기 위한 터를 찾으러 다닌다. 직접 씨를 뿌려 농약 한번 치지 않은 오로지 자신만의 풀을 날것으로 먹기 위해서다. 식이요법을 하기에 시중에서 파는 무공해, 유기농 채소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흙, 물, 공기, 빛이 좋은 곳을 찾게 되면 꽃과 풀을 따먹으면서 순수한 자연인으로 살 겁니다.”

생식애호가들이 생식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직접 풀을 재배하는 생식 고수들은 도시의 먼지와 중금속 등이 거의 없는 깊은 곳에서 냉이, 머뤼, 쑥, 케일 등의 다양한 작물을 농약을 치지 않고 직접 재배해 날 것으로 먹는다.

여기에는 민들레, 허브, 데이지, 팬지 등의 식용 꽃도 해당한다. 자연에서 자란 무농약 농산물은 생명에너지가 많고, 각종 비타민과 이소플라본, 카테킨 같은 항산화물질이 적다는 점에서 시중에 판매되는 생식 재료와는 구분된다.

현대생물농원(서울 양재동) 운영자 김상남(70)씨는 “모든 종류의 생식이 좋은 게 아니다”라며 “화학비료나 착색제가 들어가지 않은 제철음식 중에 자신에게 잘 맞는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식 일기를 쓰는 것은 생식매니아들의 또 다른 재미다. 황남수(45·주부)씨가 B염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생식제품을 4개월 동안 실천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황씨는 카페에 자신의 아침, 저녁의 생식 일기를 쓰면서 자신보다 오래 생식을 해온 생식 고수들로부터 식단을 점검 받는다. 그러다 보니 고기가 맛이 없어지고, 채식이 좋아졌다.

김상남 씨(30·참살이 웰빙 운영자)는 “식품첨가물, 트랜스지방 등을 식품을 먹게 되는 현대인들에게서 성인병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생식을 통해 식물성 음식을 선호하게 되고 소식을 하는 등 식사습관이 변하게 되는 많은 분들을 봤다”고 말했다.

불에 익힌 음식이 넘쳐나는 현대 식생활에 생식애호가들의 적응방식도 다양하다. 양미경(33ㆍ교사) 씨는 “카페에 가면 커피나 코코아 등 끓인 차보다는 과일이나 야채주스를 먹고, 고깃집 회식 자리에서는 야채 위주로 섭취하거나 챙겨온 생식제품 한 포를 따라 마신다”고 말했다. 최근엔 이들이 선호할만한 45가지 곡물에 야채, 견과류, 수삼, 가루녹차 등을 혼합해 만든 생식주스 등을 판매하는 생식카페도 생겼다.

생식을 응용해서 주스 뿐 아니라 경단, 약과, 셔빗, 버거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생식 애호가도 있다. 김영애(35ㆍ주부)씨는 “입맛이 까다롭고 소화기가 예민해 생식을 시작하기가 어려웠는데 다양한 생식 음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이후로 작은 모임을 만들어 생식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

이런 사람들은 생식하지 마세요

생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 비만, 고지혈증, 지방간 등이 있는 사람들에게 단기간 효과가 있긴 하지만 역효과도 만만찮다.

첫째, 소화기가 차거나 예민한 사람은 설사나 구토, 알레르기 반응 등이 5일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이를 체내의 독소가 빠져나가는 명현반응이라고 보는 것은 오해다. 명현반응은 대개 약이 아닌 음식으로 인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열량소모가 많거나 성장기의 사람이 생식을 할 경우엔 어지럼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생식회사에서 나오는 생식은 1포 용량은 80~120g. 한 끼를 1포에서 공급되는 열량으로 활동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셋째, 암, 간경화, 간염 등 특정 질환의 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환자들의 80%는 신진대사가 떨어져있다. 이런 사람들은 음식을 날 것으로 먹게 되면 소화가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동서신의학병원 중풍뇌질환센터 고창남·김달래 교수

*생식 제대로 먹는 법

1. 하루에 두 끼 이상은 영양 균형을 위해 일반식을 한다.
2. 부드럽게 먹고 싶다면 생수보다는 요구르트, 두유 등에 섞어 먹는다.
3. 뽕나무 잎이나 감잎 등은 독하므로 삼간다.
4. 생내가 심하다고 인공조미료를 섞지 않는다.
5. 지방질을 보충하고 싶다면 견과류를 적당히 먹는다.
6. 두 끼 이상의 생식을 2달 이상 하는 것은 피한다.
7. 되도록 다양한 종류의 곡물을 갈아서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