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만성질환자의 건강한 명절나기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은 다가오는 설날이 괴롭다. 푸짐한 명절 음식에 식탐(食貪)이 동했다간 당장 몸에서 이상 신호가 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뇨, 고혈압, 간경변 등 만성질환자들에겐 설 명절이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고비가 된다. 평소와 달리 푸짐한 밥상을 받았을 때 어떤 음식은 피하고 어떤 음식은 먹어도 좋을까?

당뇨

당질지수(GI)가 높은 떡과 밥은 줄이고, GI가 상대적으로 낮은 전과 고기로 배를 채워야 한다.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아주는 시금치, 도라지, 숙주나물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충분히 섭취한다. 사과, 배, 감 등 신선한 과일 한두 쪽 정도는 괜찮지만 곶감·대추 등 마른 과일은 급격한 혈당상승을 가져오므로 피해야 한다. 호두, 깨를 이용한 강정이나 유과는 지방 함량이 높아 혈중 지질 및 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키므로 한 두 개로 만족해야 한다.

고혈압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으면 체내 염분이 빠지기 때문에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 소의 내장, 달걀 노른자, 새우, 꽁치, 오징어, 굴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신선한 야채, 과일, 잡곡, 콩, 해조류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술과 커피도 피해야 한다.

만성신부전

신장기능 저하로 요소, 크레아틴 등 단백질 대사물질이 혈액에 축적돼 독소로 작용하므로 단백질 섭취의 절대량은 줄여야 한다. 다만 최소한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우유, 계란, 생선, 육류 위주로 적정량을 섭취한다. 이 경우 열량 부족으로 영양실조에 걸리기 쉬우므로 사탕, 꿀, 젤리 등을 자주 섭취하고 조리할 때 식물성 기름을 충분히 넣어주는 것이 좋다.

간경변

과식을 하거나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기, 전, 생선 등을 먹으면 간성 뇌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간에서 소화효소를 충분히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방이 많은 전, 빈대떡, 유과 등을 먹으면 지방변이나 복통 증상이 올 수 있다. 떡국에 나물 반찬 위주의 식사가 좋고, 간식으로 식혜·수정과·떡을 먹는 것도 괜찮다. 특히 간경변 환자는 알코올 분해효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금주는 필수다.

아토피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물성 음식을 섭취했을 때 아토피 현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가능한 명절기간 동안 육류나 생선 음식은 자제해야 한다. 귀성·귀경길 차 안에서 자주 먹는 유과 등 튀긴 음식과 과자류도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최현묵기자 seanch@chosun.com

(도움말=손정민 분당서울대병원 영양실 실장, 강경란 경희대병원 영양상담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