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모범생, ‘이종격투기’에 푹 빠져 30kg 빼다

서울대 인문학부 이환진(26)씨. 별명은 ‘육식동물’이었다. 소주 6~7병에 고기 8인분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웠고, 그것도 모자라 공기 밥도 두 그릇이나 싹싹 비웠다. 그 때문일까? 어렸을 땐 통통한 정도였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 살이 찌더니 3학년 땐 몸무게가 최고102㎏까지 나갔다.

살을 빼려고 이종격투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전부터 마니아였다.

10개도 넘는 이종격투기 동호회 사이트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면서 눈 동냥으로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게 취미였다.

2005년 공익근무요원이 되면서 시간이 많아지자, 직접 몸으로 이종격투기를 배우고 싶었다. “내 맘속 어딘가에 ‘강한 남자’가 되고픈 본능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 빼고 매일 체육관에 나갔다. 5시 공익근무가 끝나면 집에 가서 바로 저녁을 먹었다. 양이 조금 모자란다 싶을 때 수저를 내렸다. 워낙 격한 운동이라 배 불리 먹으면 훈련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루 3시간 정도 그래플링(엉겨 붙어서 하는 싸움)과 타격, 두 가지 수업을 듣는데 끝나는 시간은 밤 11시쯤. 집에 오면 힘들어서 쓰러져 자기 바빴다.

매일같이 온 몸이 멍들고, 긁히고, 깨져도 다음날 힘든 몸을 이끌고 체육관에 나갔다. 100㎏이 넘는 강사 밑에 깔려서 40분 동안 제대로 맞고 나면 포기하고픈 생각보다 오기가 먼저 찾아왔다.

집에서는 공부하는 학생이 운동한답시고 가서 맞고 다니니 머리 나빠진다며 반대를 했고, 실제 수련을 하다 고막이 터진 적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 씨는 “몸은 힘들어도 남자 본성을 자극해서인지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운동에 비해 운동량이 3~4배 많은데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안 쓰는 근육이 없다 보니 1년쯤 뒤엔 체력과 체격 모두 좋아졌다. 예전엔 서 너 개도 못하던 팔 굽혀 펴기를 이제 80개는 거뜬히 한다.

상체를 많이 쓰다 보니 보디빌더처럼 대흉근(가슴근육)도 제법 불룩해졌다. 체중계 바늘도 쑥 내려갔다. 요즘 몸무게는 75㎏. XXL사이즈 힙합 바지가 L사이즈로 스키니 진으로 바뀔 줄은, 그 자신도 모르고 부모님도 몰랐다.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멋있어지려고 하는 운동은 포기하기가 쉬워요. 적어도 1년은 폼 날 때까지 꾹 참고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되니까…. 하지만 어떻게 하면 빨라지고 강해질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 보니 살은 저절로 빠지게 된 것 같아요. 만약에 몸무게에만 집착했다면 이렇게 살을 빼진 못했을 겁니다.”

이종격투기 어디서 배우나?

이종격투기는 첫째 다른 운동에 비해 운동량이 월등히 많고, 둘째 온 몸 구석구석 안 쓰는 근육 없이 골고루 사용하므로 몸을 균형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으며, 셋째 발차기나 타격 등의 동작을 통해 스트레스도 날려 보낼 수 있어 최근 다이어트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종격투기를 배울 수 있는 체육관 중에서는‘정심관’이 규모가 큰 편이다. 선수 위주 프로그램을 일반인들도 할 수 있게 대중화시킨 곳으로 전국에 약 40여 개 체인이 있다.‘ 코리안 탑팀’‘정진 체육관’‘팀태클’등도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대형 헬스클럽 중에서는 강남의‘더블에이치멀티짐’에서 유일하게 종합격투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밖의 다른 헬스클럽에서도 이종격투기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 운동을 배우려면 제대로 된 체육관과 전문가를 선택해 지도를 받아야 한다. 부상 위험이 높은 동작이 많기 때문에 부상방지법이나 최소한의 경기 룰에 대해 잘 배우고 따라하지 않는다면 자칫 인대가 늘어나거나 팔이 부러질 수도 있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