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석달만에 30kg 감량한 인턴기자의 비만탈출기

2005년 겨울 아침, 세숫물이 붉게 변했다. 또 코피가 터진 것이다. 머리도 지끈지끈 아팠다. 2006년 여름, 길 가다가도 코피가 뚝뚝 떨어지고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혈압은 160㎜Hg이 넘고, 현미경으로 본 피 속에는 혈구들이 뒤엉켜 끈적하고 탁해 보였다.

송양환(25·대학생)씨가 기억하는 한 자신은 늘비만이었다.‘ 비만은 내 운명’으로 여기며 살아왔지만 대학 입학 후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몸무게는 더 늘었다. 결국 체중 때문에 공익근무요원이 된 뒤 살을 빼겠다고 여러 번 결심했지만 번번이 한 달을 못 넘겼다. 키 174㎝, 체중 131㎏이었다.

2006년 8월, 살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우선 이침(耳針)을 맞아 식욕을 떨어뜨리고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허기는 두부로 메우고 김, 버섯, 기름을 뺀 참치를 주로 먹었다. 좋아하던 라면, 술, 삼겹살, 치킨, 자장면, 빵, 아이스크림을 딱 끊었다. 밖에서 하는 식사는 비빔밥이나 김밥으로 제한했다.

“길 가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이면 아예 눈을 감았습니다. 술자리에선 술잔에 물만 따라 마시고, 삼겹살은 빼고 야채로만 쌈을 싸 먹었죠. 자꾸 상추만 더 달라니까 주인 아저씨가 화를 내더라구요.”친구들이‘독한 놈’이라고 놀렸지만 이런 모습으로 취직 면접시험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저녁 9∼11시에 몰려드는 식욕은 참기 힘들었다. 방울토마토나 오이를 씹으며 허기를 달래다가 방 안을 빙빙 돌며 음악을 틀어 놓고 크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래도 배고픔이 쉽게 가시진 않았다.

배가 너무 고파 운동을 시작했다. 차라리 운동을 하며 식욕을 다스려보겠다는 생각으로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무작정 갔다. 1시간 동안 걷기로 했지만 발이 당기고 아파 10분도 못 넘겼다.

발 바닥에 불이 난 것 같았고 결국 아픔을 이기지 못 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여름 밤, 땀에 흠뻑 절어 쓰러져 있으니 서글펐다. 이틀까지는 오기로 버텼는데 사흘째는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허리도 아프고 등도 결렸다. “여기서 지면 끝이다.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잖아….

스스로를 닦달한 끝에 고비였던 15분이 40분이 됐고, 보름이 지나자 한 시간을 걸을 수 있었다. 그 다음엔 달리기에 도전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자 1시간에 400m 운동장 30바퀴가 너끈해졌다. 그는 가사를 아는 노래를 들으며 운동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달릴 땐 빠른 댄스 곡이 좋죠. 신나게 따라 부르면서 리듬에 맞춰 달리면 힘든 줄 몰라요. 대신 잘 모르는 노래엔 집중이 안되니까 효과가 떨어져요.”

송씨는 낮에도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빠른 걸음으로 서울대입구역에서 학교까지, 다시 학교에서 신림역까지 하루 7㎞가 넘는 길을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중얼거리며 걸었다. 횡단보도 신호등에 걸리면 제 자리를 맴돌며 걸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상관치 않았다.

덕분에 그는 한 달 만에 14㎏을 뺐다. 다음 달엔 10㎏, 다시 한 달 후에 8㎏을 뺐다. 46인치였던 그의 허리는 36인치로 줄었다.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현재 체중 95㎏. 그의 다이어트는 계속 되고 있다.

송씨는 지난해 말부터 조선일보 인턴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어제 회식에서 넉 달 만에 처음으로 폭탄주를 마셨어요. 대신 지하철 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서 집에 갔죠. 어떻게 뺀 살인데….”그는“이번엔 꼭 비만 탈출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전문의 코멘트

송씨의 경우 당분간 현재 체중을 유지만 해도 성공이다. 월 4㎏이상 급격히 살을 뺀 경우 ‘요요 현상’ 을 막으려면 3개월 이상 유지 기간을 가지면서 몸이 줄어든 체중에 충분히 적응하게 해야 한다.

우선 단백질(닭고기 가슴살, 살코기, 생선 등) 보충과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균형식사가 급선무다. 그동안 제한된 식생활 때문에 영양 부족으로 탈모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체지방과 함께 빠져나간 근육 보충도 필요하다.

질 좋은 동물성 단백질을 꼭 먹어야 하는 이유다. 근육량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해 다시 급격히 비만해질 위험이 더 높다. 걷기·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조금 줄이고 헬스기구나 아령 등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보충해야 한다. 송씨에게 적당한 체중은 80㎏ 정도다.

/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이지혜기자 wis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