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 따라 뚱뚱·날씬이가 결정된다

입력 2007.01.09 09:36 | 수정 2007.01.09 09:37

새해를 맞이해 살을 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많다. 운동에 식이요법에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도 한번 붙은 살은 여간해서 빠지질 않는다. 이제는 내 몸속에 어떤 세균이 살고 있는지를 검사해보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연구자들이 사람의 장 속에서 공생하는 세균이 비만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비만 세균, 날씬 세균

미국 워싱턴대의 제프리 고든 교수는 2004년 생쥐 실험에서 장내 세균이 비만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1년 뒤 고든 교수팀의 박사후연구원인 루스 레이 박사는 마른 생쥐와 비만 생쥐의 장내 세균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든 교수와 레이 박사팀은 이후 사람에게서도 장내 세균의 종류가 달라짐에 따라 비만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내 지난해 12월 21일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레이 박사는 12명의 비만 환자들을 1년 간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도록 하며 RNA 검사법으로 장내 세균의 종류 변화를 관찰했다. 처음에 비만 환자들의 장에 살고 있는 세균은 90% 이상이 ‘페르미쿠테스(Fermicutes)’였으며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는 3%에 불과했다. 반면 정상 체중인 사람들에서는 박테로이데테스가 30%나 된다.

레이 박사는 1년 동안 비만인 사람들의 체중이 줄면서 장 속의 박테로이데테스 균이 늘어나 점점 날씬한 사람들의 장 속을 닮아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페르미쿠테스는 73%까지 떨어진 반면 박테로이데테스는 15%까지 늘었다. 즉 박테로이데테스가 사람을 날씬하게 하고 페르미쿠테스는 비만을 유도한 것이다.

◆세균만으로 비만 유도

연구팀은 네이처에 발표한 또 다른 논문에서 생쥐 실험을 통해 장내 세균의 변화가 체중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돌연변이 비만 생쥐는 전분이나 복잡한 구조의 당(糖)을 잘라서 장에서 흡수가 잘되는 간단한 당과 지방산을 만드는 유전자를 더 많이 갖고 있다. 세균을 모두 없앤 생쥐의 장에 이런 비만 생쥐의 장내 세균을 이식한 결과 2주 만에 체지방이 47%나 증가했다. 반면 정상 생쥐의 장내세균을 이식한 경우엔 체지방 증가가 27%에 그쳤다. 세균만으로 비만이 유도된 것이다.

미국 신시내티대 게놈연구소의 마테즈 바제이 박사와 랜디 실리 박사는 같은 날 ‘네이처’지에 실린 논평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알려진 비만의 원인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인체가 칼로리를 흡수하는 정도 차이는 세균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비만 치료법 나올 수도

그렇다면 장내 세균은 어떻게 비만을 유도할 수 있을까. 고든 교수 연구팀은 1일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 단서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장내 세균을 없앤 생쥐는 서구 스타일의 고지방 식사를 먹여도 비만에 걸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장내 세균을 없앤 생쥐에서는 근육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단백질과, 지방 분해를 유도하는 단백질의 활동이 증가했다. 따라서 장내 세균은 인체의 지방 분해와 근육 합성 과정을 억제해 비만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장내 세균이 이들 단백질 관련 유전자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그 메커니즘이 규명되면 새로운 비만 진단법과 함께 장내 세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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