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아가씨. 이거 해봐요. 살 빼는 덴 직방이야~.”
한 아줌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찜질방을 뒤덮는다. 눈길이 멈춘 곳은 흘러 넘칠 것 같은 뱃살. “어디서 들으니까 살 빼려면 이렇게 미친 듯이 뱃살을 꼬집어야 한다더라고.” 찜질방까지 밀어닥친 다이어트 열풍. 하지만 꼬집기만 한다고 살이 정말 빠질까? 그냥 운동하는 것보다 더 빨리 빠진다는데 정말일까? 커피가 이뇨작용을 한다는데 많이 마시면 지방이 좀 빠져나갈까? ‘찜질방 살빼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본다.
살은 괴롭힐수록 빠진다?
영동 세브란스병원의 이지원 비만전문의는 “찜질방이나 사우나는 대사율을 올리고 혈류 흐름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운동효과가 높아진다”면서 “마사지를 하고 스트레치를 하면 살 빼는 데 도움이 꽤 된다”고 말했다. 땀복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너무 살살 만지기보다는 ‘약간 아프다’고 느낄 정도의 강도로 몸을 마사지 하는 게 좋다. 이지원 비만전문의는 “피하지방 대사를 돕기 위해 마사지의 강도를 조금씩 올려 주는 방법이 괜찮다”면서도 “건강한 사람이라도 찜질방에서 10~15분 이상 앉아 있으면 탈수 증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기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심장병이나 고혈압의 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하고, 찜질방 온도가 60도를 넘기는 곳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수분이 빠진 걸 몸무게가 빠졌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지방연소다.
이뇨작용을 위해 커피를 마셔라?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이뇨작용을 하는데다, 커피 내엔 혈당을 조절하고 항산화작용을 하는 성분도 있어 묽은 블랙커피 500㏄ 정도까지는 마셔도 된다. 하지만 블랙커피만 마셔야 한다는 것. ‘다방 커피’에 들어 있는 프림과 설탕은 섭취하는 대로 살로 간다. 이지원 비만전문의는 “식혜에도 당분이 많기 때문에 한 잔 이상 마시는 건 다이어트에 도움 되지 않는다”며 “목이 멜 때는 시원한 녹차를 마시는 게 좋다”고 권유했다.
녹차의 카데킨 성분이 대사율을 높인다는 설명. 경희대 강남한방병원 체질의학센터 곽창규 교수는 “삶은 계란은 단백질을 보충해 주고, 미역국은 땀으로 잃은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를 보충해줘 찜질방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면서도 “뜨거운 곳에서는 피가 체표면으로 몰려 소화장애가 오기 쉽기 때문에 과식하면 쉽게 체하는 곳이 바로 찜질방”이라고 말했다.
찜질방이 각질 제거해 준다고?
찜질방 마니아들이 고정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혈색이 좋아지고 피부가 뽀얗게 됐다는 것. 땀으로 노폐물이 배출돼서인지 각질도 덜해지고 피부가 맑아 보인다고들 한다.
진짜 피부가 좋아진 걸까? 강남한방병원 곽창규 교수는 “각질층에 수분이 공급돼 일시적으로 촉촉해 보일 수 있지만 고온에 의한 피부 손상과 체내 수분 감소로 피부가 더 거칠어질 수 있다”며 “찜질 후엔 서늘한 과일팩 등을 이용해 피부를 진정시키고 수분을 공급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주 1회 정도가 좋다.
‘찜질방이 탈모 환자의 모공을 열어 두피 건강을 돕는다는 것’도 틀린 속설. 박중열 서울 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두피 세포가 오히려 건조해져 활성도가 낮아지고 기능이 떨어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물에 젖은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음인은 찜질방 마니아가 되라?
태음인은 기운을 모아주는 간의 기능이 강하고 발산하는 폐의 기능이 약하므로 비만이 되기 쉬운 체질. 찜질방에서 땀을 꾸준히 빼주는 것도 좋은 건강법이다. 경희한방병원 곽창규 교수는 “40도 이상의 황토찜질방이나 고온의 불가마를 이용하면 좋다”면서 “참을성이 강하고 움직이기 싫어해 한자리에 오래 있는 경향이 있는데 10분 이상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소음인의 경우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쑥찜질방이 좋다”며 “너무 땀을 빼는 것도 독이 되므로 인중에 땀이 약간만 날 정도면 딱”이라고 말했다. 열이 많은 소양인은 뜨거운 찜질방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데, 얼음방은 권유할 만하다.
손발이 찬 소양인이라면 옥찜질방처럼 수분이 함유된 곳이 좋다. 상승하는 기운이 강한 태양인은 상쾌한 대나무방이나 통나무 방이 좋다. 곽 교수는 “태양인의 예민한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찜질방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자전거 바퀴 돌리기나 걷기 등을 하면서 부족한 하체 근력을 단련시키는 게 도움된다”고 말했다.
/ 최보윤 spic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