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 시리즈 ①월경전증후군(PMS)
온 몸이 풍선처럼 팽팽하다. 사소한 일에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다. 길 가다가도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다. 남편을 흠씬 때려 주고 싶다. 만사가 귀찮고 꼼짝도 하기 싫다. 배가 부른데도 끊임없이 뭔가가 먹고 싶다. ‘그날’이 오기 전의 나 자신이 낯설고 끔찍하다. 무엇이 여성들을 이처럼 ‘괴물’로 변하게 만드는가?
‘월경전증후군(PMS·Premenstrual Syndrome)’이란 여성들이 월경이 시작되기 전에 나타나는 신체적·정신적·행동적 변화를 말한다. 통상 가임 여성의 85%가 월경전증후군의 한 두 가지 증상을 경험한다. 역학 조사에 따르면 미혼여성보다 기혼여성일수록, 과거 임신중독증이나 산후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을수록 발생빈도가 높다. 이로 인해 남편과 가족들도 영향을 받는다. 한 외국 연구에 따르면 아내가 PMS일 때는 남편의 직장 지각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PMS는 증상만 해도 15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기분의 변화. 환자의 80%는 우울하거나, 신경질적이 되고, 화가 잘 나고,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등 정서장애가 생긴다. 남편들이 “집안 꼴이 왜 이 모양이냐?” “제발 살 좀 빼라”와 같은 발언을 절대 삼가야 하는 이유다. 이런 감정의 변화는 배란기 이후에 생기는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프로락틴’ ‘알도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의 미묘한 변화가 뇌에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행동도 달라져 뭔가를 사고 싶거나 훔치고 싶은 충동을 유발할 때도 있다. PMS를 호소하는 여성의 5%에서 생기는 ‘생리 도벽’은 많은 드라마와 시사 프로그램에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변화도 생긴다. 보편적으로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피로감이다. 심한 경우엔 아예 자리를 깔고 드러눕기도 한다. 그 밖에 도 복부 팽만감(90%),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71%), 전신이 붓는 것 같은 느낌(67%), 배변 습관의 변화, 요통·관절통, 소화불량, 안면홍조와 같은 신체적 증상들이 있다.
대개 PMS는 월경 7일 전에 시작돼 월경 후 2일 이내에 거짓말처럼 좋아진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월경 2주 전에 시작돼 월경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여성들은 한 달의 4분의 3을 PMS로 고생하는 셈이다. 2005년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지병철 교수팀이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가지 월경전증후군 증상 중에서 심한 증상을 1개라도 가지고 있는 경우는 44%였으며, 심한 증상이 5개 이상 있는 경우도 12.5%나 됐다. 여성의 6.2%는 집안일이나 직장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중증 월경전증후군 환자라는 국내 연구 보고도 있다.
현재로선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다만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면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는 등 신경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고, 가급적이면 카페인을 삼가고, 가공식품보다는 신선한 식품을 먹는 등 식이·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5~10%의 환자들은 ‘여자로서 짊어져야 할 숙명’으로 간주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부종이 심할 땐 약간의 이뇨제를, 우울증이 심할 때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와 같은 항우울제를, 생리통이 심할 땐 진통제나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때론 ‘플라시보(가짜 약)’도 도움이 된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블로그)jooya.chosun.com
<도움말 = 김정훈·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심성신·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용택·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월경전증후군을 극복하는 5가지 비결
1. 적당한 운동을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중 베타 엔돌핀 농도를 증가시키고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PMS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카페인이 든 음식을 멀리한다.
PMS 증상 중 예민해지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사람은 카페인이 불안·초조감을 더욱 악화시킨다.
3. 소금을 적게 먹는다.
짜게 먹어 혈중 나트륨이 높아지면 체액이 삼투압을 유지하기 위해 재 흡수하는 수분의 양이 증가하여 부종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4. 가벼운 진정제나 신경안정제의 도움을 받는다.
불안하고 초조한 증상이 계속되고 정도가 심할 땐 의사의 처방에 따라 신경안정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5. 심신을 이완시킨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가급적 신선한 식품을 먹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취미활동으로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