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밤이면 항문이 몹시 가려운 사람이 있다. 설사가 잦거나 용변 후 휴지로 몇 번씩 닦아내고 물로 씻고 수건으로 문질러 말리는 등 항문을 자극하는 남녀, 술을 자주 마시는 이에게 흔하다. 항문소양증이다. 치질과 쌍벽을 이루는 항문질환이다. 심하든 경미하든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꼴로 시달리고 있는 대표적 항문병인 치질(치핵 치루 치열 탈항)의 원인 중 하나도 바로 항문소양증이다.
항문은 매우 예민한 부위다. 체감신경이 풍부하다. 안과 밖의 미세한 차이를 감별 가능토록 일반 피부와는 다른 세포로 구성돼 있다.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구석이다. 이토록 섬세한 곳을 뒷꿈치처럼 마구 다루는 바람에 항문소양증이 생긴다. 남자 환자가 여자보다 4배 많다. 술, 담배를 많이 하는 사무직 종사자에게 특히 흔하다. 심하면 한 시도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 지경이다. 항문 주위가 가려워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다. 결재 시간이 다가오면 불안 초조 긴장이 더해지면서 더 가렵다. 운전 중 항문소양증이 도져 사고를 낼 뻔하는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항문이 가려우면 손이 가게 되고 이로 인해 2차 손상을 받은 항문피부에서 분비물 등이 나오면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항문질환이나 염증이 가려움증을 부르기도 한다. 치핵이나 치열, 항문상처, 진균증, 당뇨, 요충 등이 주범이다. 원인만 제거하면 자연스럽게 치료된다. 이유가 명확지 못한 가려움증은 문제다.
항문소양증의 70~80%는 특정 질환과 관련 없이 발생한다. 항문 주변부를 과도하게 닦아도, 거꾸로 제대로 씻어내지 않아도 소양증이 온다. 설사나 무른 변이 항문 주위에 묻거나 대변에 들어 있는 자극적 음식 성분이 피부에 영향을 미친다. 커피 홍차 콜라 우유 치즈 토마토 초콜릿 맥주 따위다. 1주일 이상 가려우면 진단을 받는 게 이롭다. 치질이나 피부꼬리, 치열 등이 원인이라면 수술이 필요하다.
항문소양증을 앓는 이는 설사, 무른 변도 잦다. 자연히 항문 주위로 변이 새나올 가능성이 높다. 배변 후 뒷처리 때도 휴지에 묻어나는 것이 많다. 항문 주위 피부에 변이 묻어 있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대변 성분도 항문소양증을 불러온다. 대장 내 세균이나 음식물의 특정성분에 항문 주변 피부가 예민하게 반응, 피부염과 소양증을 일으킨다. 정신 자극 또한 항문소양증의 원인이다. 스트레스가 커지면 소양증도 덩달아 악화되게 마련이다.
예방에는 항문 청결이 제일이다. 아침 저녁마다 샤워기나 비데의 따뜻한 물로 씻어내고 잘 말려야 한다. 잘 안 마르면 헤어드라이어를 동원한다. 손으로 문지르거나 비누칠을 하면 안 좋다. 꼭 비누를 써야 할 상황이라면 중성비누로 최소량만 사용한다. 가려움증이 극심할 때는 오히려 찬물 좌욕이 도움이 된다. 직장에서는 물휴지를 대용품으로 삼을 수 있다. 설사가 나오면 항문을 깨끗이 유지하기 어렵다. 완전 물설사에는 로페린이나 코데인 등의 약제, 무른 변이 멈추지 않으면 식이성 섬유제를 장기 복용하는 것이 좋다. 국소 도포제는 되레 소양증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항생제나 국소마취제도 피해야 하며 피부청결제나 스테로이드 연고는 극심한 피부염에 국한해 바를 수 있다.
1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도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알코올 주사요법이나 수술로 항문 주위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원인이 명확지 않은 데다 가려움증 유발 요인도 꽤 많으므로 의사의 진단과 치료로 일단 증상부터 완화시킨 후 유발 요인을 피하려는 환자의 노력이 보태져야만 가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