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치료제… 폐암도 날 쓰러뜨리진 못했죠"

이태석(61)씨는 2002년 6월 폐암 4기 선고를 받았다. 너무 늦게 발견해 수술도 불가능했다. 젊은 시절 건설현장을 누비며 건강만큼은 자신했던 이씨였다. 담배를 끊은지도 오래됐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거북한 느낌조차 없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오진(誤診)일 거란 생각에 다른 병원을 찾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날로 주변 정리를 시작했어요. 괜히 돈 들여 항암치료를 받아봐야 고통만 당할 것 같아 그냥 죽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폐암 4기 선고일 생일 삼은 이태석씨

아내와 자식들의 설득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3주 단위의 항암치료를 여섯 번 받았지만 나아진 것이 없었다. 절망감에 부인과 함께 대성통곡을 하는 순간 의사는“효과적인 최신 항암제가 개발됐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2002년 6월 이씨는 새로 나온 폐암 표적치료제 '이레사3' 복용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약을 먹은 지 3개월 만에 식욕이 되살아났다. 1년여 뒤엔 더 이상 암이 진행되지 않고 중단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음료수 대리점에서 무거운 박스도 거뜬히 들고 다니면 젊은 직원들은 마치 기적이라도 본 듯 신기해하죠. 아들의 결혼식까지 무사히 치렀습니다.”

이씨는 자신이 폐암 선고를 받은 6월 24일을 제2의 생일로 삼았다. 매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기념일처럼 보내고 있다.“폐암으로 신앙도 깊어졌고 아내와 가족들의 사랑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어디선가 저처럼 절망에 빠져 있을 분들에게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암 재발 씩씩하게 이겨낸 김수자씨

김수자(여·62)씨는 1996년 폐암 수술을 받았다. 직장 건강검진에서 2기 폐암이 발견돼 열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네 번의 항암치료를 견뎌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머리가 빠지자 김씨는 가발을 쓰고 다시 직장에 나갔다.

“더운 여름날 나도 모르게 가발을 벗고 거리로 나섰어요. 순간 "내가 미쳤지.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돌아봤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더군요. 내가 변한 게 없는데 그깟 머리카락 때문에 남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주변에서 '여장부'로 불리는 김씨에게 1년 뒤인 1997년 또 다시 시련이 닥쳐왔다. 폐암이 재발한 것이다. 이번엔 수술도 불가능한 4기 였다. 주변에선“공기 좋은 산으로 가든지, 미국에 가서 수술을 받아보라”는 걱정들을 했다.
김씨는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암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자 다시 직장에 다니기 시작해 정년퇴직까지 했다.“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아무리 무서운 암도 나를 쓰러뜨리진 못합니다.”

조기검진으로 완치한 김성석씨

김성석(49)씨는 조기검진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2002년 직장건강검진에서 지름 2.5㎝의 종양
이 발견된 것. 폐암 1기 판정을 받은 김씨는 두 달 뒤 여섯 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

“폐암은 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기검진을 통해 폐암을 일찍 발견할수록 살아날 확률이 높아지니까요.”김씨는 암을 겪고 난 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 은행지점장으로 늘 실적 압박에 시달리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말마다 등산을 하고 거의 매일 헬스와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폐암환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폐암 환우회인 '숨소리회' 부회장과 폐암 극복을 위한 '다음' 카페 운영자를 맡아, 병원을
찾아 다니며 폐암환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활동도 하고 있다.

폐암을 극복한 세사람은“살려고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폐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약간 어려운 난치병일 뿐이다”고 비결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