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에 맞춰 태권! 권투보다 신나고, 다이어트 효과 '짱'

지난 9일 밤 9시 30분, 남대문 M 쇼핑몰의 한 피트니스 클럽. 태권도장이 아닌데도 “앗!” “얍!” 하는 여성들의 기합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태극권 비슷한 동작을 취하더니 곧바로 잽, 정권 찌르기, 발차기 동작으로 이어진다. 대금과 북 소리가 섞여 있는 경쾌한 퓨전 국악에 맞춰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하고 있는 수강생 10여명의 이마에는 땀 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직장인 심희연(25)씨는 “살 빠진다고 해서 요가, 태보 다 해봤지만 이것만큼 효과적이고 스트레스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는 운동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권도에서 유래한 신종 피트니스 ‘리권’이 피트니스센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태보나 필라테스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리권 카페에는 회원이 3400여명이나 된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군산 등 40여개 피트니스센터에서 리권 협회 트레이닝을 거친 전문강사들이 지도하고 있다. 태권도 2단, 격투기 4단인 전기기사 박세희(28)씨는 올해 초 리권을 익힌 뒤 아예 리권 전문강사로 나섰다. 박 씨는 “사람들이 리권을 통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리권’은 이로울 리(利), 주먹 권(拳)의 합성어이자 ‘리듬 태권도’의 줄인 말이다. 태권도와 복싱을 바탕으로 한 태보가 9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퓨전 운동이라면 리권은 경원대 운동처방학을 전공한 박중현(30)씨가 2003년 개발한 한국형 ‘태보’라고 할 수 있다.
상체 중심의 태보와 달리 리권은 하체를 더 강조한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 하체의 운동량이 많을수록 운동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 태보 등 에어로빅은 몸매 가꾸기나 다이어트에 치중하고 있지만 리권은 태극권이나 요가, 명상 등을 곁들여 정신 수양도 강조한다.

리권 프로그램은 크게 나눠 ‘웜 업(warm-up)’, ‘워크 아웃(work-out)’, ‘쿨 다운(cool-down)’ 3단계로 이뤄진다. 태극권과 비슷한 유연하면서도 절도 있는 동작으로 웜 업을 마치고 나면 본 단계가 시작된다. 배에서 끌어올린 ‘앗’ 하는 기합을 섞어가면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찌르기, 발차기 등의 동작을 30분 정도 하면 땀이 쏙 빠진다. 마지막 쿨 다운 단계는 팔 굽혀 펴기 같은 근력 운동, 도복의 띠를 이용한 밴드 스트레칭, 그리고 명상으로 이뤄진다.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이 적절히 결합돼 있어 다이어트 효과를 얻으면서 근육도 키울 수 있으며, 지루한 러닝머신이나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훨씬 재미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등이나 어깨 근육, 승모근 등 자주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몸매를 가꾸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편 리권은 아무 팝 음악에나 맞춰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체 제작한 리권만의 맞춤형 음악에 맞춰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리권을 개발하기 전부터 피트니스 전문 음악을 작곡해 온 박중현 씨는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빠르기를 과학적으로 설계했다”며 “국악과 양악을 접목시킨 흥겨운 창작곡이라 음악 때문에 리권을 배운다는 주부들도 많다”고 말했다.

대한리권협회장까지 겸해서 맡고 있는 박중현 씨는 “특히 리권은 관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운동 중의 하나”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따라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좀 더 쉬운 동작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