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학 드라마 "리얼리티 이식 필요"

입력 2006.09.12 18:00   수정 2006.09.12 18:11

메디컬 드라마 '옥의 티'

정상인 방사선 사진 보며 폐암 판정
잘못된 방법으로 심폐소생술 하기도
시청자 무조건 신뢰... 사실성 우선을

메디컬 드라마는 얼마나 사실적(寫實的)일까?
지난 7일 아주대병원서 열린 ‘제1회 의료와 멀티미디어 심포지움’에선 국군수도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대위가 ‘의료인의 입장에선 본 메디컬 드라마의 옥의 티’를 발표했다. 최씨는 ‘해바라기’ ‘인생이여 고마워요’ ‘장밋빛 인생’ 같은 우리나라 메디컬 드라마를 ‘하우스(미국)’ ‘ER(미국)’ ‘하얀거탑(일본)’ 등과 비교해 설명했다.

국내외 메디컬 드라마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옥의 티’는 CT·X선 같은 방사선 사진이나 심전도(EKG)와 관련한 실수. 정상인 방사선 사진을 보면서 폐암이라고 얘기하거나(인생이여 고마워요), 사진을 거꾸로 보면서 얘기하거나(하얀거탑), 심전도가 정상인데도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해바라기) 등의 오류다. 특히 심폐소생술은 일반인도 알아야 하는 ‘기본상식’인데 잘못된 자세와 방법으로 흉부압박을 하는 장면이 많아 문제라고 최씨는 지적했다.

일반인은 웃어 넘길지 모르지만 의사에겐 용납될 수 없는 잘못들도 많았다. 수술 집도의사는 감염의 위험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소독한 손으로 수술복을 만져선 안 되는데, 옷을 입혀주는 간호사를 도와 의사가 손으로 수술복을 만지는 장면(해바라기), 호흡을 돕기 위해 기관(목)을 절개하고 관을 부착한 환자인데 엉뚱하게 입에다 인공호흡기구를 대고 펌프질을 하는 장면(인생이여 고마워요), 주변에 산소통이 없는데도 산소주입관을 코에 부착한 장면(해바라기) 등이다.


MBC 메디컬 드라마 '해바라기'<왼쪽>와 미국 NBC 'ER'의 장면.

외국 드라마도 완벽하진 못했다. ‘ER’에선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를 앰블런스에 태우고 가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앰블런스 안에서 응급구조 요원들이 계속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극적으로 심장이 뛰게 한 것까진 좋았으나, 심장이 뛰자 서로 기뻐서 얼싸안고 환호하느라 인공호흡기 펌프질을 중단한 것이 의학적 잘못이라고 최씨는 지적했다. 심장이 뛰더라도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진 계속 인공호흡기 펌프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사조차 드라마 장면 장면이 의학적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메디컬 드라마를 제작할 땐 사실성(寫實性)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교육용으로 활용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우스’에선 MRI 검사를 위해 밀폐된 장비 속에 들어간 환자가 폐쇄공포로 인한 심장마비를 일으켜 의료진이 현장에서 환자의 목을 수직으로 절개하고 튜브를 끼운 뒤 인공호흡기구로 펌프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씨는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웠을 뿐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는데 드라마가 의학적으로 너무 자세하게 제작돼 이를 본 뒤엔 나도 응급 기관절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씨는 “전반적으로 하우스나 ER 같은 미국 메디컬 드라마에 비해 우리 드라마에선 오류가 너무 많았다”며 “사실성을 살린 좀 더 많은 메디컬 드라마가 방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